내연기관차 생존전략 '부분변경' 효과 엇갈려, 현대차그룹 GV80 카니발 기대

▲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기에 내연기관 신차개발에 투입할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부분변경을 통해 신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제네시스 GV80 쿠페.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이 가팔라지면서 내연기관 완전변경(풀체인지) 신차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이에 주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신차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차종마다 판매량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GV80과 기아 카니발 부분변경에서 새 라인업을 추가하며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아 판매실적 IR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부분변경 새모델 판매를 본격 시작한 쏘렌토는 9월 1만19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시판 모든 승용차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랐다. 기존 모델이 전달 기록한 7176대와 비교해 판매량이 42% 증가했다.

기존 쏘렌토는 2020년 3월 출시된 4세대 모델로 지난해 국내 연간 승용차 판매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기아의 대표 볼륨 모델이다. 기아는 이번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에 브랜드 패밀리룩에 맞춰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줬다.

반면 신형 쏘렌토와 달리 부분변경이 변변한 신차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5월 현대차가 패밀리 디자인인 수평형 램프를 장착하고 야심차게 내놓은 8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 디 엣지'는 5월~9월 누적 판매량이 1만1962대로 기존 모델의 전년 동기 판매량(1만4545대)보다 오히려 뒷걸음쳤다.

기아 역시 7월 패밀리룩을 새로 적용한 경차 모닝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지만 7~9월 누적 판매량은 6835대로 전년 동기(7371대)보다 줄어들었다.

부분변경 신차마다 판매량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들은 5~7년을 주기로 승용차 모델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을 완전히 바꾸는 세대교체(완전변경)를 실시하는데 신차개발에는 4~5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이에 신차가 출시되면 세대교체를 하기까지의 중간시점에 시장변화에 맞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은 그대로 두고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하는 부분변경을 거치게 된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는 앞으로 내연기관차 모델들은 판매가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출혈이 큰 완전변경이 아닌 부분변경을 통해 신차효과를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기아는 현재 레이 EV, 니로 EV, EV6, EV9 등 4종으로 구성된 전기차 라인업을 2027년까지 15종으로 확대하는 공격적 전동화 전략을 세워뒀다.

머지 않아 단종될 내연기관 신차 개발에 힘을 쏟을 여력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에 최근 출시된 현대차 5세대 싼타페나 지난해 11월 나온 7세대 그랜저 등은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10월 중 출시를 앞둔 현대차그룹의 GV80과 카니발은 부분변경에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겠다고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이달 11일부터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 부분변경 모델 판매를 시작한다.

GV80은 지금껏 출시된 국산차 가운데 디자인 완성도가 가장 높은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아온 만큼 제네시스는 부분변경을 통해 큰 폭의 변화보단 섬세한 디자인 포인트를 주는 데 주력했다.

다만 이번 부분변경에서 기존 모델에 기반해 실용성과 역동성을 결합시킨 GV80 쿠페를 라인업에 더했다. GV80 쿠페는 디자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가속 응답성을 높인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 엔진도 새로 추가됐다.

기아는 11월쯤 대형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EV9, 신형 쏘렌토와 같이 세로형 헤드램프를 달아 외관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형 카니발은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해 판매실적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기에 내연기관차 판매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분변경 과정에서 파생모델을 추가하는 등 수요 화복에 힘쓰고 있다. 
 
내연기관차 생존전략 '부분변경' 효과 엇갈려, 현대차그룹 GV80 카니발 기대

▲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 KG모빌리티 >

KG모빌리티는 5월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 '렉스턴 뉴 아레나'를 출시했는데 이와 디자인 콘셉트를 공유하는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을 함께 내놓고 렉스턴 스포츠(칸) 라인업을 강화했다.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에는 기존 모델과 달리 옥타곤(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직 수평의 대비를 활용한 분리형 범퍼가 새로 적용됐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3월 대표 볼륨모델인 QM6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1열 이외 공간을 모두 적재함으로 구성한 파생모델 QM6 퀘스트도 함께 선보였다.

QM6는 2016년 첫 출시 뒤 이번까지 세대교체 없이 3번의 부분변경을 거쳤다. 기아 경차 레이도 2011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이 2차 부분변경 모델로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지금껏 부분변경을 거듭하는 것은 경차와 같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본사가 해외에 있는 등 특수한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세대교체 없는 부분변경 모델 출시는 앞으로 더욱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온난화 문제에서 수송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국제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 시간 문제일 뿐 무공해차로 가는 추세는 확고하다"며 "내연기관차 엔진이나 변속기를 새로 개발할 필요성이 없어 신차 개발은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에 주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