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해도 조 단위 적자 예상, 수익성 회복 가능성은 하반기에나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일 사내 방송을 통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2024년까지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전 사내방송 갈무리. <한국전력공사>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도 천문학적인 적자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한전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내 수익성 회복을 통한 회생 발판 만들기가 한전의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한전은 올해도 조 단위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매 분기에 킬로와트시(kWh)당 10원 이상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한전은 올해 9조31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교적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4조9545억 원으로 예상했다.

2022년 영업손실 추정치가 30조 원 안팎인 것에 비교하면 올해 전망치는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한전으로서는 재무 상황이 위기 상태인 만큼 올해까지 이어지는 조 단위 영업손실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 일시적으로 한전채 발행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늘렸을 정도로 한전의 재무 상태는 한계에 몰려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한전채 누적 발행 규모는 7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채의 발행 한도 상향은 잠시 자금조달 측면에서 한전의 숨통을 터 주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한전이 한전채 발행을 통해 계속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31조8천억 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해 채권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자금을 빨아들였다. 이에 따라 올해는 한전채 발행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2023 경제정책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단계적 전기요금 인상, 국제유가 하락 등을 고려해 2023년 한전채 물량은 2022년 대비 3분의 1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빚을 내 손해를 메우는 방법을 지속할 수는 없는 만큼 올해 안에 수익을 내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 한전에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결국 한전이 싸게 전기를 사서 사 온 가격보다는 비싼 가격에 전기를 파는 상황이 마련되야 한다. 

이를 위해 한전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한전의 수익성 확보에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력도매가격 상한제에 따라 전력도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육지 기준으로 kWh당 158.9원이 적용된다. 전력도매가격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한전은 kWh당 260원 이상으로 전력을 구매해야 했다.

전기요금도 올해 1분기부터 kWh당 13.1원 인상돼 가정용 기준으로 kWh당 150원을 넘었을 것으로도 추산된다.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국제 유가 등 에너지 원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기요금이 전력도매가격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원가 지표는 올해 1분기부터 개선될 것이고 올해 3분기에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중 한전의 흑자 전환은 가시권에 있다”고 바라봤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2024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재무건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한전의 흑자 전환의 핵심 전제인 ‘매 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올해 경제전망, 물가 흐름 등 경제 상황에서 변수가 만만치 않은 데다 전기요금이 한 해에 지나치게 많이 인상되는 만큼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요구대로 연간 kWh당 51.6원의 기준연료비 인상이 발생하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면서도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44.8% 오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