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에는 우리 제품과 경쟁할만한 회사가 많지 않다.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도 우리 기술력이 뛰어나다.”

18일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는 스팩소멸방식으로 상장하는 국내 첫 기업이 될 비스토스의 온라인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현장] 의료기기 기업 비스토스, 스팩소멸방식 1호로 코스닥 상장

▲ 의료기기 전문기업 비스토스가 오는 10월 SK5호스팩과 스팩소멸방식으로 합병 상장한다.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가 1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비스토스 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이 대표는 비스토스를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비스토스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한 발판으로 기업공개(IPO)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비스토스는 2001년 8월에 설립된 생체신호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태아 관련 의료장비로 사업을 시작해 신생아와 성인까지 점차 그 대상을 넓혀왔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분야도 병원용, 가정용, 의료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비스토스는 태아의 건강을 측정하는 태아심음측정기와 태아감시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환자감시장치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비스토스의 경쟁력으로 △20년 이상 연구개발로 축적된 기술력 △다양한 고객사 및 판매루트 확보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시스템 및 인허가 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생체신호는 강도가 미세하고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비스토스는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센서구동기술, 측정된 신호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호처리기술, 이를 토대로 결과를 추출하는 알고리즘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보다 정확한 생체신호 감지가 가능하다.

의료기기 산업 특성상 사업을 진행할 때는 국내외 정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유효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국내 식약처 허가를 취득해야 하고 유럽 및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각각 CE인증과 FDA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비스토스는 매출의 90%를 해외 수출로 달성하고 있을 만큼 인증·인허가 획득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비스토스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고객사도 많이 확보했다.

비스토스 측은 “현재 120여개 국가의 1만 개 이상의 바이어DB, 30여개 국가의 독점바이어를 확보하고 있다”며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한 고객풀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영업자산이자 경쟁업체 대비 차별화된 강점이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차세대 제품 생산, 뇌 관련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주의력행동결핍장애(ADHD) 환자를 위한 치료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2~3년 안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기존 ADHD 치료는 약물에 의존하는 형태였는데 비스토스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기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ADHD를 치료한다.

이 대표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국내의 한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팀과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이다”며 “그 팀과 필드테스트, 임상 등을 진행하고 향후 치매치료기 등 뇌 관련 제품 개발도 함께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스토스는 SK5호스팩과 ‘스팩소멸방식 1호’ 기업으로 오는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스팩(SPAC)은 특수인수목적회사로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다. 기업공개(IPO)로 상장한 뒤 3년 안에 비상장 우량기업과 합병해야 한다.

일반 상장과 달리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 산정을 실시하지 않으며 자산, 수익 등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합병 비율, 합병가액이 결정된다.

2009년 IPO 시장과 M&A 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과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스팩 제도로 개인투자자도 적은 돈으로 기업인수에 참여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으며 비상장 기업들이 주식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적기에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하며 상장하는 길이 마련됐다.

하지만 스팩이 존속 법인으로 남고 붙이려는 기업이 합병 소멸되는 방식으로 상장이 이뤄지다 보니 기업 이름이 사라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기업의 과거 업력이나 특허·인허가 등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기존 거래처와도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인허가도 모두 갱신해야 한다. 부동산 취득, 토지 임대차 계약, 근로계약 등 법인 명의로 된 모든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되기 때문에 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스팩이 아닌 기업이 존속 법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스팩소멸방식 합병 상장을 허용했다. 스팩소멸방식은 올해 2월15일자로 시행됐으며 6월27일 비스토스와 SK5호스팩의 스팩소멸방식 합병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비스토스 외에도 신스틸(하나금융제15호스팩), 핑거스토리(유안타제7호스팩), 라온텍(대신밸런스제11호스팩), 옵티코어(KB제20호스팩) 등이 스팩소멸방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공모가 아닌 스팩상합병 상장을 택한 이유에 관해 “업종 자체가 대중 인지도가 적고 규모가 작아서 공모를 했을 때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모날짜 및 유입대금을 확정적으로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비스토스는 바이오 관련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바이오 관련 기업은 공모주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끌지 못했고 상장 이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보로노이, 노을,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등 올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들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으며 상장 이후에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한번 상장을 철회했다가 'IPO 재수생'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은 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다. 하반기에도 이 흐름이 유지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아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스토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약 90억 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90억 원 가운데 매출증가에 따른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30~40억 가량을 자동화설비 구축에 투입하고 신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 인원 충원에 20~30억 원 가량을 투입한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