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완성차업체 토요타는 전기차 전환이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토요타코리아는 내년까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잡지 못했다. 해외 완성차 브랜드가 국내에 앞다퉈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토요타코리아는 대신 하이브리드를 민다.

전기차 출시 전까지 하이브리드를 통해 친환경 흐름에 대응하는 셈인데 토요타코리아가 하이브리드를 통해 판매회복 이끌 수 있을까?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직접 타봤다.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적

27일 서울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미디어 대상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로는 올해 토요타코리아 판매 1,2,3위인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RAV4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캠리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등 3가지 차량이 제공됐다.

이 가운데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탔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공차중량이 2145kg(2륜구동 기준)로 세 차량 가운데 가장 무거워 하이브리드 성능을 확인하는 데 제격이었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옆면.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시승한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4월 국내에 출시된 4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니밴 가운데 유일한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토요타코리아는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2륜구동(2WD)과 4륜구동(AWD) 등 2가지 모델로 운영하는데 이날 시승행사에서는 6400만 원짜리 2륜구동모델이 제공됐다.

시에나 하이브리드에 올라 시동을 걸 때부터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느껴졌다. 에어콘 대신 통풍시트를 틀었는데 그 소리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차안은 고요했다.

운행 중 노면소음 등 바깥소음 차단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시속 100km가 넘어가자 바람소리가 조금 들어왔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다소 묵직하게 반응하며 안정적으로 나아갔다. 저속에서 속도가 붙어 동력원이 엔진으로 넘어갈 때도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다만 역동적 주행을 위한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엔진과 2개의 모터가 탑재돼 시스템 총출력 246마력(PS),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낸다. 힘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넘친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가장 놀라운 점은 연비였다.

이날 시승은 서울 양재동 더K호텔을 출발해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을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4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갈 때는 효율성을 신경쓰지 않고 조금은 과격하게 차를 몰았더니 연비가 1리터당 14.9km가 나왔다. 돌아올 때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를 켜고 연비를 신경 쓰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주행했더니 2천kg이 넘는 무거운 차임에도 연비가 1리터당 21.2km가 나왔다.

시에나 하이브리드 2륜구동 모델 공식연비는 1리터당 도심 15.0km, 고속 14.km, 복합 14.5km다. 하이브리드는 모터로만 운행되는 저속 주행이 많은 도심에서 연비가 더 잘 나오는데 이날 시승코스는 대부분 고속도로 구간으로 이뤄졌음에도 공식연비를 크게 웃도는 연비가 나왔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연비 운전에 최적화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화면은 물론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도 차량의 동력 변화를 알려주는 실시간 에너지변환 상태표를 보여주며 연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헤드업디스플레이. 오른편에 현재 속도와 함께  실시간 에너지변환 흐름을 보여준다. 앞에 보이는 차량은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시에나 하이브리드의 경우 2륜구동 모델에만 탑재됐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4륜구동에도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넣게 되면 가격이 너무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 선호사양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런 옵션 등의 차이로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2륜구동이 6400만 원, 4륜구동이 6340만 원으로 4륜구동 가격이 조금 더 낮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편의사양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후방카메라를 통해 백미러를 보여주는 ‘디지털 리어뷰미러’가 마음에 들었다.

백미러는 작은 레버 조정을 통해 일반 거울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 모드와 카메라를 활용하는 디지털모드로 바꿀 수 있는데 디지털 모드는 차 길이가 긴 미니밴에서 뒷좌석 승객과 짐에 구애받지 않지 않고 넓은 후방시야를 제공했다.

활용성 넓은 실내공간도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가족차로 선택하기에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3열은 의자 뒤에 달린 레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앞으로 젖혀지며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했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백미러 아날로그 모드(왼쪽)과 디지털 모드. 디지털 모드는 태양빛이 강한 상황에서도 선명히 넓은 후방시야를 제공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토요타코리아, 하이브리드 기술력으로 일본차 부정적 인식 넘는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양산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했고 지금껏 세계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토요타는 고급브랜드 렉서스를 포함해 지난해 말까지 세계에서 1600만 대가 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팔았다.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도 2006년 토요타의 고급브랜드인 렉서스 RX400h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에게 토요타 하이브리드만의 강점을 묻자 ‘스트롱 하이브리드’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과 비교해 다소 주행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높은 연비를 내면서도 힘 있는 안정적 주행을 이끈다는 것이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물론 캠리 하이브리드, RAV4 하이브리드 모두 시스템 총출력이 200마력이 넘어 내연기관차 못지않은 힘을 낸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시승대기 중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동시에 캠리 하이브리드와 RAV4 하이브리드 모두 높은 연비를 낸다. 이날 시승행사에서는 가장 높은 연비를 낸 차량별 기록이 공개됐는데 1km당 캠리 하이브리드는 26.1km, RAV4 하이브리드는 26.9km가 1등에 올랐다.

캠리 하이브리드와 RAV4 하이브리드의 공식 연비는 각각 17.1km(XSE 모델)와 15.5km(AWD)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쟁력은 직렬식과 병렬식의 장점을 혼합한 직병렬 방식에서 나온다. 직렬식은 엔진으로 모터를 돌리고 모터로 차량을 구동하는 방식, 병렬식은 엔진과 모터가 각각 차량을 구동하는 방식인데 직병렬 방식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따왔다.

이를 통해 저속에서는 모터만 쓰고 속도가 조금 올라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모터와 함께 바퀴를 돌려 낮은 연료 소비로도 힘있는 주행을 이끈다. 엔진이 구동되면 바퀴를 굴리는 동시에 충전을 해 차량의 효율성도 높인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에너지 흐름도 화면. <비즈니스포스트>

토요타 하이브리드시스템에는 하나의 엔진과 2개의 모터가 결합되는데 토요타는 모터를 모터라 부르지 않고 모터와 발전기(제너레이터)를 혼합한 모터제너레이터(MG)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터 역할과 동시에 전기를 만들고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도 한다는 것인데 이름부터 기술적 자신감이 느껴졌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미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를 주력모델로 팔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판매한 차량 4811대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4422대로 전체의 92%에 이른다.

사실상 하이브리드만 판매한다고 봐도 무방한데 판매 확대를 위해 일본차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토요타코리아는 2019년 상반기만 해도 꾸준히 국내 수입차 브랜드 판매 톱5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그해 하반기 일본과 경제갈등이 심화하면서 판매가 크게 떨어졌다.

토요타코리아는 2020년에는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올해도 9월까지 4422대를 팔아 10위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났는데 올해 완성차시장에서 수입 브랜드가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토요타코리아>

토요타가 동남아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을 크게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 확보도 판매 확대의 관건일 수 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와 RAV4 하이브리드는 출시 이후 국내에서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몰렸는데 여기에 토요타의 생산차질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계약해도 올해 안은 물론 내년 1분기에도 차량 인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SUV와 미니밴 수요 확대로 시에나와 RAV4 주문이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까지 겹치면서 시에나 하이브리드와 RAV4 하이브리드의 경우 올해는 차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안정적 주행성능에 높은 연비 매력

▲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뒷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