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인터넷TV(IPTV)사업 제휴를 놓고 한 발 물러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거의 성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넷플릭스와 협력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 넷플릭스와 인터넷TV 제휴 놓고 '일보후퇴'

▲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송구영 LG유플러스 홈미디어 부문장 전무는 7월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인터넷TV 서비스 제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 제휴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사업적 리스크와 규제 환경, 국내 콘텐츠시장의 우려 등 여러 측면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모바일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7월까지 진행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TV ‘유플러스TV’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휴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무의 발언을 두고 방송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방송업계에서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협력과 관련해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인터넷TV시장의 1, 2위 사업자인 KT와 SK브로드밴드와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구글과 협력해 '유튜브 키즈'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넷플릭스가 인터넷TV 안으로 들어오면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 자체가 잠식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의 현지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넷플릭스의 진출로 완전히 힘을 잃어버렸다. 영국에서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진출한지 6년 만에 주문형 비디오 시장 90%를 장악했고 프랑스에서도 넷플릭스가 주문형 비디오시장에서 3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한 발 물러선 이유가 넷플릭스와의 수익 배분율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넷플릭스는 현지 플랫폼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수익의 90%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의 수익 배분율이 5:5 수준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넷플릭스의 진출에도 한국 주문형 비디오시장이 쉽게 잠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방송통신부문 전문위원은 7월31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영국 주문형 비디오시장을 넷플릭스가 잠식한 것은 사실상 무주공산 상태에서 입성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주문형 비디오시장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을 침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