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벌이고 있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논란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적정 기업가치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5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 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놓고 부적절한 평가방식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5조 평가는 정당한가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의 초점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정당한가’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추산방식에 합당한 근거가 있었나’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015년말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가 4조8085억 원으로 평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 및 현금흐름 전망에서 성공 가능성을 감안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2726억 원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장부가는 2905억 원이었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천 억 원대의 지분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이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상 매출 913억 원, 영업손실 2036억 원을 거뒀지만 순이익은 1조9049억 원을 냈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놓고 ‘분식회계’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과연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를 놓고도 의문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매출 239억180만 원, 영업손실 1611억800만 원을 냈다. 2014년에는 매출 761억3100만 원, 영업손실 394억9700만 원을 냈기에 전년보다 매출은 69% 급감하고 영업손실은 4배로 늘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를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통해 추정했다.

DCF은 현재 실적이 나지 않은 기업이 미래에 낼 수 있는 수익을 선 반영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비상장 기업 가운데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업가치 산정방식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DCF은 이른바 ‘고무줄 측정’이 가능해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비판도 받는다.

한국거래소가 배포한 상장심사 가이드북 40페이지에는 DCF모형을 놓고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검증 가능성이 낮아 국내 기업공개(IPO) 평가방법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함”이라고 적혀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놓은 2015년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산정에 DCF를 썼고 영업수익 성장률은 -1%~105.3%로, 영업이익률은 -24.1%~57.4%로 추산했다’고 기재돼 있다.

추산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영업수익 성장률이 -1%~105.3%로, 영업이익률이 -24.1%~57.4%인 점을 놓고 기업가치를 임의대로 정할 수 있는 DCF모형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 DCF모형으로 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매년 수천억 원의 영업수익(매출)을 올려야 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놓은 2015년 말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향후 예상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하는 이월결손금에 미달해 법인세 차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월결손금은 향후 10년 동안 이익이 나면 이를 상계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석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법인세 차감에 활용할 만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