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냐 트럼프냐’, 미국 대선결과에 연말 몰린 기후대응 국제회의도 요동친다

▲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할리우드에 위치한 바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의 대선 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해리스냐 트럼프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최강대국 미국의 대선을 놓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대선 뒤에는 곧바로 기후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들이 잇달아 열린다. 이번 미 대선에 따라 국제회의 결과도 요동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18일 가디안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 보도와 국제기관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11월에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G20 정상회의,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같은 기후 대응과 관련한 주요 국제회의들이 이어진다.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회의에 앞서 열리는 미국 대선이 국제회의 논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본다.

올해 11월5일 미국 역사상 60번째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 있다.

기후 문제에 있어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현 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경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가디언은 “지구 온난화를 멍청이들이나 떠드는 것”이라며 “이제는 그걸 말을 바꿔 기후변화라 부르고 있는데 지금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핵무장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미국 우익 연구 단체들이 공동으로 연구해 내놓은 ‘프로젝트 2025’라는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여기에는 화석연료 생산 확대, 환경 규제 완화 그리고 글로벌 기후 대응 협력 철회 등이 담겼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임기 도중에 일방적으로 파리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국제 기후대응 논의에서 빠지기도 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것을 말한다.

마침 올해 11월11일에는 COP29가 계획돼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다면 미국이 COP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6일 미국은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를 중국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 정부와 COP29에서 광범위한 기후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이번 포데스타 특사의 합의도 파기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뉴욕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트럼프가 재선하면 과거에 그런 것처럼 미국의 기후 대응 기여도를 줄이고 중국이 더 노력을 쏟도록 압박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의 압박에도 자국의 기후 대응 계획을 바꿀 일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냐 트럼프냐’, 미국 대선결과에 연말 몰린 기후대응 국제회의도 요동친다

▲ 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왼쪽)가 왕이 외교부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29가 열린 이후 11월18일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가디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브라질 G20 정상회의에서는 참여국들이 지난해 11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공식적으로 수용하기로 계획됐다. COP28 합의문에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의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 임기 동안 참석한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대화를 거부한 전적이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다른 국가를 향해 기후대응 노력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회의에 이어 11월25일에는 한국 부산에서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열린다.

플라스틱은 탄소 고배출 산업으로 2022년 기준 전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운업계 배출량 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과 페루 등 협약 참여국들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폐기물과 온실가스를 모두 배출하는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하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화학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이런 의견에 반대하고 있어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까지는 중립적 입장이었으나 지난 8월부터 플라스틱 생산 규제 찬성파로 선회했다.

이를 놓고 더 컨버세이션과 로이터 등 외신들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2035년까지 연방 정부 기관 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할 것이라고 지난 7월 발표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국제 플라스틱 조약 합의문이 올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조약 비준 자체를 거부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의 마리오 로욜라 선임 연구원은 폴리티코를 통해 “트럼프는 환경에 관한 어떤 조약이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며 “합의문을 도출해서 가져오더라도 이게 최선이었는지부터 의심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재러드 허프만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아마 그가 당선된다면 플라스틱 대응 논의는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