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1-25 16: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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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의 파산 위기에 따라 노스볼트에 장기간 배터리용 양극재를 공급키로 한 엘앤에프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엘엔에프는 주로 국내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 두 기업 의존도가 높아 경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와중에 최수안 엘엔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외 고객사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노스볼트 대규모 공급 계약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노스볼트 파산 가능성에 이같은 포석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 유럽 배터리기업 노스볼트(Northvolt)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노스볼트와 계약을 체결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 <엘앤에프>
25일 배터리 소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유럽의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휘청거리면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배터리 소재 협력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노스볼트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순부채만 58억1천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유동성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볼트는 2016년 테슬라 출신 임원 2명이 설립한 유럽의 배터리 기업이다. BMW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올해 6월 BMW가 품질 문제로 노스볼트와 체결한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철회, 이로 인해 크게 흔들리면서 경영난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노스볼트 공동창업자인 피터 칼슨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사임하며 회사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10억 달러에서 12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억 달러의 대출을 확보했지만 추가 자금 확보 없인 경영위기를 극복하긴 어려워 보인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가운데 엘앤에프가 노스볼트와 대형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엘앤에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지난 4월9일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2025년부터 6년 동안 유럽에서 9조2383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대형 계약 내용이었다.
계약상 비밀유지에 따라 정확한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체급의 유럽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계약 상대방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엘앤에프 측에 노스볼트와 장기 공급 계약 건을 체결한 것이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측은 “계약 상 기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열린 ‘엘앤에프 인베스터데이’에서 회사는 현재 80%에 이르는 특정 고객사 매출 의존도를 2027년 5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객사 다변화 계획을 공개했다.
계획은 2024년 수주한 해외 고객사로부터 매출의 16%를 달성하고, 북미·유럽·일본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 20%, 나머지 기존 고객사 2곳의 매출을 늘려 각각 7%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엘앤에프의 올해 수주 계약은 3월 SK온과 4월 노스볼트로 추정되는 유럽 배터리사와의 계약뿐이다.
▲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테슬라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어 테슬라 판매량에 회사의 양극재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사진은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 모습. <테슬라>
회사는 올해 들어 리튬, 니켈 등 메탈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약세와 전기차 캐즘 여파로 인한 출하량 감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5421억 원, 영업손실은 3605억 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3%가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올 3분기 출하량은 2분기보다 3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양극재 평균판매가격(ASP)은 3% 하락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