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에서 발견된 보안결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인텔 CEO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사실이 확인되며 비난의 화살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이전부터 신사업 실패와 실적 부진, 정경유착 논란 등으로 수차례 곤혹을 치렀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지가 더 흔들리게 될 수 있다.
 
인텔 보안결함에 휘청, CEO 도덕성 논란도 겹쳐 신뢰에 치명타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미국 CNN머니는 5일 “인텔 CEO는 최고경영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을 어겼다”며 “보안결함 가능성이 제기된 뒤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데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레지스터 등 외신이 인텔 CPU에서 중대한 보안결함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내놓은 뒤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PC와 서버가 영향권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르자니크 CEO가 지난해 11월 보안결함 가능성을 인식한 뒤 지분을 계약상 최소 보유한도만 남겨놓고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며 상황은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인텔이 이른 시일에 발표를 앞둔 이번 보안결함의 자세한 내용이 인텔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보안결함 가능성이 보도된 뒤 이틀동안 5% 가까이 떨어졌다.

인텔은 공식성명을 통해 “CEO의 지분매각은 이번 논란과 무관하다”며 “실제로 PC 사용자들과 인텔의 실적에 줄 수 있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번스타인은 CNN을 통해 “CEO가 한번에 이렇게 많은 지분을 매각한 경우는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크르자니크 CEO는 이미 지난해 6월 구글의 보안 연구팀에 이번 결함 가능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연말까지 매각한 지분규모는 약 2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텔이 문제를 보고받은 뒤 약 반년 동안 이를 발표하거나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데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인텔은 일정에 맞춰 공식발표를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고 항변했다.

블룸버그는 “인텔은 이번 논란으로 잃은 브랜드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크르자니크 CEO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전부터 꾸준히 논란이 발생하며 CEO 교체 가능성도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크르자니크 CEO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고용과 관련된 자문역에 올랐지만 이를 놓고 여론이 나빠지자 지난해 8월 자진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크르자니크 CEO가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해왔고 이후 인텔이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에 정부 지원을 받기로 하며 정경유착 논란도 불붙었다.

인텔이 모바일반도체 등 신사업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고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개발도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경쟁사보다 크게 뒤처지자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커졌다.
 
인텔 보안결함에 휘청, CEO 도덕성 논란도 겹쳐 신뢰에 치명타

▲ 인텔의 고성능 PC용 프로세서(CPU).


인텔이 침체기에 접어든 PC용 반도체에 대부분 실적을 의존하며 부진한 성장속도를 보이는 것도 CEO 교체 등 대대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경제분석지 모틀리풀은 지난해 7월 “인텔이 CEO 교체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실적부진과 신사업 지연 등으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에 인텔 CPU에서 발생한 보안결함은 크르자니크 CEO 이전부터 발생했던 문제로 알려진 만큼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하지만 지분매각 논란과 미흡한 대처는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인텔 이사회와 주주들은 인텔이 이번 결함에 대한 정식발표를 내놓고 실제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뒤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IT전문매체 실리콘밸리 비즈니스저널은 “인텔의 미흡한 대처는 크르자니크 CEO의 리더십과 거취에 의문을 남긴다”며 “그는 이전부터 소통 부족과 일방적 태도로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