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CB)의 발행한도를 늘리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16일 GS건설에 따르면 24일 열리는 GS건설 주총에서 전환사채의 발행한도가 기존 보통주 5천억 원, 종류주(우선주) 5천억 원에서 보통주 8천억 원, 종류주 2천억 원으로 조정된다.

  GS건설, 전환사채 발행한도 왜 늘릴까  
▲ 임병용 GS건설 사장.
GS건설의 경우 상장된 종류주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환사채의 발행한도를 사실상 늘리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사채로서의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발행한 전환사채 규모가 한도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에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과 7월에 각각 2500억 원의 무보증무기명식 전환사채와 1억5천만 달러의 해외공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현재 정관에 따르면 GS건설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은 800여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GS건설이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GS건설이 최근 2~3년 동안 주택사업을 안정적으로 벌이면서 현금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에서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높일 이유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GS건설이 회계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발행한도를 미리 높여두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GS건설이 보유한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541억 원이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다음으로 미청구공사액의 규모가 크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가리킨다.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회수에 실패할 경우 장부에서 곧바로 손실로 전환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회계에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했고 현대건설도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미청구공사액 등을 놓고 회계감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미청구공사액과 관련한 회계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GS건설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GS건설이 대우건설의 사례처럼 한번에 부실을 털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자금조달 방안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기업이 한꺼번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할 경우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비교적 쉬운 전환사채의 발행한도를 늘리려고 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이 보유한 미청구공사액은 부실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남은 것이라 대규모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현재 GS건설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만 2조 원이 넘는 상황이라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행한도 증액 안건을 다루는 것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한도에 숨통을 틔워놓기 위한 사전작업에 불과하다”며 “올해 전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GS건설은 지난해에 대형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채를 발행했다. GS건설이 지난해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약 4200억 원으로 대림산업(2420억 원), 삼성물산(1700억 원), 현대건설(1500억 원)과 비교해 한참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