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고속철도 안착, 코레일 수익악화 신음  
▲ 김복환 SR대표(가운데)가 SRT 운행 첫날인 9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승강장에서 부산행 첫열차를 환송하고 있다. <뉴시스>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개통 한 달도 안돼 이용객수 100만을 돌파했다.

SRT의 운영사 SR의 지분을 보유한 코레일은 SRT의 ‘빠른 안착’이 반갑지만 기존 KTX의 수익성 악화는 부담이다.

KTX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벽지노선의 폐지를 추진하면서 고속철도를 제외한 여타 철도의 서비스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9일 개통한 SRT는 1월1일 기준으로 이용객수 104만 명을 넘어섰다.

KTX보다 저렴한 요금과 빠른 속도, 차별화한 서비스가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SRT는 수서역과 평택역,지제역까지 SRT 전용철로를 이용하고 이후부터는 KTX와 같은 고속철로를 달린다. 공유 고속철로 구간인 천안아산역~부산역 구간의 요금을 비교해 보면 SRT(4만1800원)가 KTX(4만6500원)보다 10%가량 싸다.

KTX는 광명역까지 일반철도를 이용하지만 SRT는 출발 시점부터 고속철로를 달리기 때문에 가속만 붙으면 금방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SRT는 KTX와 경쟁을 통해 서울역 중심의 철도체계를 재편하고 요금 인하 등 철도서비스 향상을 기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코레일 입장에서 SRT의 ‘성공’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

SRT와 KTX가 외관상 경쟁체제를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SRT의 운용사 SR은 코레일의 출자회사로 전체 지분의 41%를 코레일이 보유했다.SR이 코레일의 자회사인 것이다.

두 고속철도는 약 80% 동일 노선을 운영하기 때문에 신규수요를 늘렸다기보다 제한된 수요를 나눠가지는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

SRT에 이용객이 몰려 수익성이 좋아지면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의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레일의 올해 영업적자가 최대 17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2017년도 영염손익 전망’에 따르면 코레일이 올해 KTX요금을 SRT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주중.주말에 10% 인하할 경우 영업적자 1704억 원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벽지노선 운행을 줄이기로 하면서 철도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레일은 최근 경전선,동해남부선,영동선 등 7개 벽지노선의 112개 열차 가운데 56개를 줄이고 16개 역의 무인화를 통해 인력감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가 경영효율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고 SRT 개통으로 기존 KTX의 수익 감소까지 예상돼 벽지노선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KTX와 SRT의 통합운영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현재의 체제를 유지한다면 노선을 차별화해야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면 차라리 두 노선을 통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