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담당 헤드헌터들 “인재 영입의 핵심은 ‘뛰어난 동료’, 스타급부터 먼저”

▲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인공지능 담당 컨설턴트인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 D&I팀장 유정록 전무(가운데), 파이낸스본부 F&C팀장 정만권 상무(오른쪽), 헬스케어본부 H&D팀장 이승연 상무(왼쪽)가 4일 좌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4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AI(인공지능) 담당 컨설턴트 3명과 함께 AI 인재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서 컨설턴트들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AI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AI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기업에 비해 처우가 적고 인재 육성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어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좌담회 상편(9월4일자 기사)에 이어 하편에서는 기업이 인재 확보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해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번 좌담회에는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 D&I팀장 유정록 전무, 파이낸스본부 F&C팀장 정만권 상무, 헬스케어본부 H&D팀장 이승연 상무가 참여했다.

◆ 해외 기업과 처우 차이, 설득의 어려움 커

△이승연 상무 :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AI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처우에 대한 제한을 거의 두지 않는다. 국내에서 영입한 인재라고 해도 다른 직군에 비해 처우 산정을 훨씬 높게 하고 있다.

△유정록 전무 : 국내기업이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관련 채용을 늘리면서 연봉 수준도 높였지만, 여전히 외국기업과 격차가 크다. 5년 전쯤 데이터 분석을 하는 UCLA 출신 박사급 인재를 만났는데 당시 나이가 30대 중반에 경력이 많지 않았음에도 기본급 30만 달러에 성과급이 별도로 있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스톡옵션까지 받고 있었다. 이 후보자가 받는 처우 수준을 맞춰주려면 당시 대기업 임원급 연봉으로도 어려웠다. 

최근 한국기업들도 AI 인재의 연봉을 일반직급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기업과 처우 차이가 커서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만권 상무 : 금융분야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성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인재영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 해외에서 성과를 낸 인재라 해도 국내에서 이를 적용할 때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업들은 해외 출신 AI 전문가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의 노력은

△정만권 상무: AI가 언급되기 시작한 건 오래됐지만, 일상에 익숙해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확산은 근래의 일이기 때문에 아직 인재 양성 속도가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도 AI인재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사람들부터 모아왔기 때문에 체계가 정립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금융 분야의 경우 지주사를 중심으로 AI센터를 설립하고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연 상무: 헬스케어는 기본적으로 분야 전문 지식이 필요해 아직까지는 과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산학협력 연구소를 활용하고 기업과 파트너십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AI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고 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속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해 그 기술을 접목시키고 내부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정록 전무: 제조업에서는 AI인재 확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기업들은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확실해져야 투자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업종은 AI 도입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가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제조업에서는 바로 사람을 대체한다거나 생산량을 확대하는 식으로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한동안 AI인재 채용붐이 일었다가 최근에는 특정 직무를 제외하고는 신중한 자세로 바뀌어 있다. 

◆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향한 조언

△유정록 전무: 기업들로부터 AI인재 추천 요청을 받은 뒤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 설득할 때 가장 큰 장애요인은 연봉이 아닌 동료였다. AI인재들은 회사를 선택할 때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가려고 한다. 경력과 경험에 도움이 된다면 처우가 다소 뒤지더라도 좋은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해도 “여기서 더 배울 것이 많다”는 식으로 고사한다. 따라서 AI분야의 스타급 인재 한 명이나 한 그룹을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면 그 이후에 따르는 채용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

△정만권 상무: 산업별 특성에 따라 AI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영입해 산업의 특성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나을지,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원에게 AI 역량을 심어주는 것이 효율적일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게 어렵다면 내부 직원 재교육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에서 뛰어난 인재를 영입한 뒤 내부에 잠재력 있는 직원들을 교육하는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다. 산업에 대한 이해는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연 상무: 현재 시작 단계인 파트너십을 더 강하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한 성공 사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유될 필요가 있다. 경험과 성과를 가진 숨겨진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경험과 지식을 활발히 드러낼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