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시장이 미국 경기침체 공포감에서 촉발된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 하락 압력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놓고 볼 때 금융시스템 근간을 흔드는 위기가 아니라면 큰 폭의 지수 하락 이후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던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급락 이후 회복' 과거에 쏠리는 눈, 시스템 위기 아니면 길지 않았다

▲ 5일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8% 이상 급락하고 1분 동안 지속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6일 증권가 리포트를 종합하면 하반기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있지만 비이성적 시장 조정에 코스피지수가 크게 저평가 돼 있어 빠른 시일 안에 기존 주가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스피지수의 전날 하락률은 역대 5위로 대형위기가 나왔을 때 가격 움직임을 보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금융위기 정도의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은 0.87배로 적정 수준으로 인식되는 0.9배를 밑돌고 있다”며 “추세적 V자 반등이 나오기 전에도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어 낙폭과대 실적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가 2500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반영된 상태로 볼 수 있지만 현재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나 실업률로는 경기침체를 확신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바라봤다.

코스피가 지나친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과매도로 내린 만큼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지시각으로 5일 발표된 미국 공급자관리협회 서비스업 제조업지수도 기준선 50을 넘은 51.4로 집계돼 경기침체 우려를 덜어냈다. 경기침체의 주요 증거로 쓰인 미국 실업률 상승을 놓고도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가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과거 단기적으로 8% 안팎의 하락이 나타났을 때 2주 정도 횡보 기간을 거친 뒤 상승패턴을 보였다”며 “평균적으로 1~1.5개월 이후 변동성이 완화한 만큼 앞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8월22~24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잭슨홀 미팅에 좋은 기억을 많이 지녔고 정책적으로 연방준비제도의 개입 의사가 나온다면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코스피 급락 사례를 봐도 시스템적 위기가 아니라면 단기간에 기존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8.8% 하락해 2000년대 이후 5번째로 큰 내림폭을 기록했다. 서킷브레이커가 역사상 6번째로 발동됐고 2020년 3월13일과 2020년 3월19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번째로 코스닥시장과 함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지수 하락폭이 큰 순서대로 살펴보면 2001년 9월12일 미국 9.11테러 영향에 12.0% 하락한 것이 가장 크고 2000년 4월17일 기술주 거품이 꺼지며 11.6% 떨어진 사례가 뒤를 잇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2번의 10% 안팎의 하락을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10월16일 9.4% 내린 데 이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10월24일 10.6% 하락하며 시장의 공포감을 키웠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19일에도 코스피지수는 8.39% 급락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코스피지수는 3월 초만 해도 2000선 위에서 움직였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3월19일 8.39% 하락하며 1457.6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급락 이후 회복' 과거에 쏠리는 눈, 시스템 위기 아니면 길지 않았다

▲ 2020년 3월13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시 코스피지수는 보름 동안 30% 넘게 빠졌는데 이후에는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재정 정책에 힘입어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연준은 현지시각 2020년 3월3일 기준금리를 0.5% 내린 데 이어 3월15일 추가로 1.0%를 내리며 기준금리를 0~0.25% 수준인 제로금리로 맞췄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7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자 주식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코스피지수는 2020년 3월31일 1750선 위로 올라선 뒤 4월 말 1940선을 회복했고 6월 초 2180선에 안착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가 수준으로 돌아왔다.

주가 급락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2001년 미국 9.11테러 당시에도 코스피지수는 급격한 하락으로 500선이 무너져 460선까지 밀렸으나 약 한 달 뒤인 10월31일 529.75로 장을 마치며 500선을 회복했고 이후에도 계속 올라 11월27일 장중 715.93을 기록하며 700선도 넘어섰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가 닥쳤을 때는 주가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만브라더스가 현지시각으로 2008년 9월15일 파산하자 코스피는 1400선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10월 말 장중 890선까지 밀렸고 이후 1400선을 회복한 시기는 2009년 5월로 약 8개월이 소요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가 미국 경기침체 위험에 휘청거리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소비지출과 기업투자가 단단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