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MM의 주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더욱 높아졌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HMM의 전환사채(CB) 중도상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며 보유지분을 늘렸기 때문이다.
 
HMM 전환사채 1조6천억 더 남았다, 매각대상 지분 더 늘어 주인찾기도 난망

▲ HMM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채권단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의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 있는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기도 곧 다가와 채권단의 HMM 지분율은 재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1년 안에 금리가산(스텝업) 시기가 도래하는 HMM의 잔여 전환사채의 규모는 1조5800억 원에 이른다. 채권단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보유 주식수는 7억3479만 주로 늘어나며 지분율이 71.68%가 된다.

문제는 매각대상 지분율이 늘어날수록 HMM의 인수가격이 더욱 뛰며 새로운 주인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앞선 HMM 매각 시도 당시 매각 대상 지분은 57.9%였다.

20일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11조7500억 원가량으로 지분률 71.68%의 단순가치만 8조4천억 원이 넘는다. 국내 기업 중에서 자체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유동성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HMM의 잠재적 인수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던 이유도 자체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두 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이 없음을 밝힌 뒤에도 해운업계에서 대기업의 등판을 바라는 목소리는 간간히 나오고 있다. 

앞선 매각 무산과정을 살펴보면 재무적투자자 유치를 통한 자금력 보강은 여의치 않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그룹은 인수희망가액으로 6조5천억 원을 제시했다.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대규모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대규모 인수금융 등 현금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은 모조리 동원한 액수다.

채권단과 하림그룹은 세부조건을 협상했지만 재무적투자자의 주식 의무보유기간 관련해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HMM의 민영화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전환사채는 1년 안에 주식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각 전환사채의 금리가산 시점을 살펴보면 △제195회 전환사채 2천억 원 6월27일 △제196회 전환사채 6600억 원 10월28일 △제197회 전환사채 7200억 원 2025년 4월23일 등이다.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그동안 보유했던 HMM 전환사채를 어김없이 주식으로 바꿔왔다. 전환으로 생기는 평가차익이 커 중도상환을 받으면 배임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1주당 5천 원이다. HMM의 주가가 5천 원 밑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주식전환이 유력하다.
 
HMM 전환사채 1조6천억 더 남았다, 매각대상 지분 더 늘어 주인찾기도 난망

▲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유했던 HMM의 영구채를 지속적으로 주식으로 전환해왔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남아있는 전환사채는 HMM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여부와 행사시점의 주가 수준 등을 고려해 전환권 행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은 채권단에 중도상환을 계속 요청해왔으나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HMM의 2023년 말 연결기준 현금보유량은(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11조7500억 원으로 전환사채를 상환할 자금은 충분하다.

일부 HMM 주주들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거듭된 주식전환권 행사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홍이표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은 HMM의 매각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며 “중도상환을 위한 현금도 충분하고 해운업황도 좋아 HMM에 상환부담은 거의 없다. 채권단이 제194회 전환사채의 주식전환권 행사결정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