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해보다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진행하지 못한 분양물량을 올해 소화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부동산 경기 둔화 속에 분양 완판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건설사들은 선착순분양, 계약금 정액제, 할인분양을 내걸고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데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보다 많이" 분양 목표치 높인 건설사, 불황에 미분양 커지는 부담

▲ 서울 서초구 반포동 12번지 일대 분양이 예정된 래미안 원펜타스 조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사들의 분양목표가 2023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2023년 분양물량을 살펴보면 GS건설 2만2098세대, 롯데건설 1만6503세대, 대우건설 1만5540세대, 현대건설 8435세대, 포스코이앤씨 7663세대, 호반건설 6895세대, 현대엔지니어링 6077세대, DL이앤씨 5510세대, 삼성물산 건설부문 5247세대, SK에코플랜트 1427세대 등이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아파트 분양물량이 20만1230세대다. 10대 건설사에서 절반 가까운 9만5395세대 분양이 이뤄진 셈이다.

올해 민영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25만5439세대로 추산된다. 여기서 10대 건설사의 분양예정 물량은 13만 세대가량으로 10대 건설사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10대 건설사의 2024년 분양 목표를 보면 롯데건설이 2만3400세대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 2만540세대, GS건설 1만9천 세대, 대우건설 1만6천 세대, 포스코이앤씨 1만5800세대, 현대엔지니어링 1만1400세대, DL이앤씨 9천 세대, 삼성물산 건설부문 4700세대 등이다.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소폭 줄었지만 나머지 건설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목표를 늘렸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밀어내기 분양을 준비하다가 연기됐던 물량이 올해 목표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분양이 시작되는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송파구 잠실래미안 아이파크,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강남 청담르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분양목표가 낮은 수준인데다 반포 레미안원펜타스, 방배 래미안원페를라, 도곡 래미안레벤투스,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서울 핵심 지역 사업장이 위치해 미분양 위험이 낮을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은 비수도권 위주로 미분양물량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분양 완판을 자신하기 어려운 형편으로 여겨진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가 26일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으로 분양일정에 돌입한 포항 남구 대잠동 2667세대 규모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의 분양성적표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지어지고 있고 주변 상권이 인접해있는 데다 병원 등 인프라 시설 및 학교도 갖춰져 있다. 

다만 포항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13개월 연속 지정된 상태에서 2023년 11월 기준 미분양물량이 3746세대로 파악됐다. 2023년 1월 5933세대를 보인 뒤 감소하고 있지만 2019년 1300세대 안팎 수준보다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3.3㎡당 평균 분양가가 1620만 원으로 역대 포항 최고가를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작년보다 많이" 분양 목표치 높인 건설사, 불황에 미분양 커지는 부담

▲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조감도. <현대엔지니어링>


이미 중견건설사들은 할인분양을 통해 미분양을 털어내려 애쓰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이런 추세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대구 달서구 신세계빌리브라디체는 계약금 1천만 원에 환매보장제까지 내걸며 미분양 해소에 나섰다. 2025년 6월 입주 이전 계약을 해지해도 계약금·중도금·옵션금 가운데 직접 납입한 금액 100% 환불을 보장했다. 

또한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시공하는 대구 수성 만촌 자이르네는 분양가의 17~25%를 할인하는 특별분양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들도 계약금을 낮추고 중도금무이자 조건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이와 함께 ‘안심보장제’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안심보장제란 분양정책 변화 등으로 계약 조건이 계약 체결 당시보다 분양자에게 유리하게 바뀌면 기존 계약자들도 같은 계약조건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포레나인천학익을 선착순분양하며 안심보장제를 실시했다. 1차 계약금 1천만 원 정액제를 도입하며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췄고 이를 납부하면 나머지 중도금은 이자후불제로 대출할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은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에 안심보장제와 1차 계약금 1천만 원, 중도금 30% 무이자 조건 등을 내세워 미분양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에도 계약금 1차 1천만 원 정액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이 대전 동구에서 분양하고 있는 힐스테이트가양더와이즈는 계약금 5%, 중도금(40%) 전액 무이자를 내세웠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경기 수원 힐스테이트수원파크포레를 두고 계약금 5%(1차 계약금 1천만 원) 정액제에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확장을 제공한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이문3구역에 공급하는 이문아이파크자인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진행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시장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포함한 공공공사와 해외수주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분양이 부진하면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큰데다 지난해 소화하지 못한 물량까지 올해 목표에 포함시킨 만큼 미분양을 피하기 위한 파격적 조건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도 매출의 50% 이상은 주택에서 나오고 분양사업장에서 3~4년 동안 안정적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분양실적 관리가 중요하다”며 “지난해 연기된 분양물량 처리까지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