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다수의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새해 화두로 ‘디지털’과 ‘글로벌’, ‘위기관리’를 꼽았다.

올해 국내외 증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반도체업황 회복 등에 따라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회복에 따른 증권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향한 투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증권사 신년사 화두는 ‘디지털' '글로벌' '위기관리’, 증시 기대감 속 미래 본다

▲ 증권업계 신년사를 통해 본 결과 올해 디지털, 글로벌, 위기관리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3일 국내 주요 증권사 CEO의 신년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2024년 주요 과제로 내세운 이들이 많았다.

올해 증권시장에는 STO(토큰증권),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특성상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관련 역량을 미리 확보해 두겠다는 것이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는 신년사에서 “모든 사업부문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 전반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며 “AI를 적용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창출해 나가자”고 말했다.

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는 “향상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고객 눈높이에 맞춰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STO, 핀테크 등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시장 선점과 디지털 인재 양성 등을 강화하자”고 강조했고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도 “STO를 포함한 디지털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CEO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사업 확대도 강조했다.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인 상태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글로벌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인도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 시장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는 성장 지역과 분야에 자원을 계속 배분하여 해외법인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앞으로 인도 시장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과 홍콩, 뉴욕 등 선진국 시장의 지역별 비즈니스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신년사 화두는 ‘디지털' '글로벌' '위기관리’, 증시 기대감 속 미래 본다

▲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인도를 거점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고객의 투자 지평을 글로벌로 넓혀야 한다”며 “지난해 나스닥은 코스피 대비 약 3배 상승했고 인도증시는 사상 최초로 시총 4조 달러를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도 “글로벌 사업 성장과 신성장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수익 모델 다변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증권업계 CEO 신년사의 주요 키워드로는 위기(리스크)관리 역량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CFD(차액결제거래), ELS(주가연계증권),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 지난해 국내 증시에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위기관리 강화를 놓고는 모든 증권사가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개별 증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각사가 당면한 목표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신규 진입에 가장 근접한 대신증권은 종투사를 넘어 초대형증권사로까지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 회장은 "지난해부터 증권의 자기자본 3조 원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달려왔지만 종투사로 지정받는다고 당장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룹의 올해 전략목표는 증권의 자기자본 4조 원 달성과 초대형증권사로 진출이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중소기업 전문 증권사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데 올해 우위를 더욱 강화할 뜻을 보였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우리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은 중소기업 지원이다”며 “중기 IPO(기업공개) 업계 1위 달성을 위해 상장청구 건수를 늘리고 다양한 규모의 스팩 운영으로 실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표이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NH투자증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굳게 일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자본시장 참여자로서 모든 순간에 정확히 대응하기 어려워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면서도 “그런 순간 속에서 중심을 잡아 빠르게 회복하고 개선하면 가장 신뢰받는 증권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