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배터리용 흑연 생산 뉴질랜드 기업에 외신 주목, "중국 의존 낮출 첨병"

▲ 뉴질랜드 남섬의 말버러 리버랜드 지역에 위치한 카본스케이프의 시험 생산설비. 연간 5톤에 달하는 흑연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카본스케이프>

[비즈니스포스트] 나무 조각을 흑연으로 바꿔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뉴질랜드 스타트업이 주요외신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흑연 생산 대국인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 원재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이 기술이 전 세계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줄여줄지 여부에 외신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스타트업 ‘카본스케이프’는 목재 제품을 제조하고 남은 나무 폐기물을 열분해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인 흑연을 만든다. 

열분해를 통해 고탄소 물질인 바이오 숯을 만들고 이를 분쇄한 뒤 정제와 코팅 공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카본스케이프의 최고경영자(CEO) 아이반 윌리엄스는 현지시각으로 9일 다른 주요 외신인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나무로 만든 흑연도 기존 화석연료로 만든 흑연만큼 순도가 높다”며 “시험 생산 결과 7톤(t) 무게의 목재에서 1톤의 흑연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외신이 나무에서 흑연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0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흑연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월1일부터 흑연 수출을 허가제로 돌렸다. 

전 세계의 천연 흑연의 60% 그리고 합성 흑연의 69%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흑연을 정제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형태로 만드는 제련 공정에서는 90%가 넘는 점유율을 가져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본스케이프를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의 최전선에 선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카본스케이프는 핀란드의 입업 회사인 '스토라 엔소'에서 1800만 달러(약 237억4390만 원)를 투자받았다. 현재 첫 번째 공장을 어디에 신설할지 유럽이나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윌리엄스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흑연 생산을 위해 추가로 나무를 벌목할 필요가 없으며 해당 방식이 화석연료로 흑연을 만들 때보다 이산화탄소(CO2)를 덜 배출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기존 흑연 생산보다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과학자 아담 베스트는 “화석연료를 흑연으로 가공하려면 섭씨 3천 도(℃)에서 가열이 필요해 에너지가 많이 들고 시간도 몇 주가 걸리지만 나무로 만드는 흑연은 그보다 낮은 온도를 필요로 하며 시간 또한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의 분석가 위안 구의 발언을 인용해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할 만큼 순도가 높은 흑연을 생산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