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 건설사들이 연말 도시정비 수주전 사업장 선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부진 장기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여의도, 과천 등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입찰경쟁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건설사 도시정비 수주전 신중 모드, '알짜' 과천10단지·여의도공작도 외면

▲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모습. <네이버부동산갤러리>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5일 진행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방건설 등 건설사 2곳이 참석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과천주공10단지 수주의지를 보이며 물밑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현장설명회에 불참하면서 수주전이 본격화하기 전 일찌감치 발을 뺐다.

과천주공10단지는 앞서 6월 DL이앤씨도 입찰을 포기했던 단지다. 

이번에 롯데건설까지 물러나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무혈입성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천주공10단지는 1984년 준공한 최고 5층 높이 아파트 26개 동, 632세대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28층 높이 아파트 1339세대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준강남권’으로 평가받는 경기도 과천 일대 주공아파트 12개 단지에서 마지막 남은 재건축 사업장으로 수도권의 대표적 ‘알짜’ 사업지로 꼽힌다.

지하철 4호선 초역세권에 관악산을 뒤에 두고 있어 입지가 좋고 무엇보다 현재 용적률이 100%가 되지 않아 사업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DL이앤씨는 과천주공10단지에 1년 가까이 공을 들이며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도 과천주공10단지에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을 앞세워 강한 수주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은 과천주공10단지 조합에 3.3㎡당 공사비 740만5천 원 규모의 총액입찰이 아닌 공사항목별 예산을 명시하는 내역입찰 방식을 제안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롯데건설은 내역입찰이 공사비가 부풀려질 위험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밑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천주공10단지 조합이 최종적으로 적산업체가 산정한 공사비인 평당 699만7천 원보다 높은 740만5천 원 방안으로 가기로 하면서 계산기를 다시 두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모두 공사비는 상승하고 부동산 자금시장은 경색된 상황에서 승산이 불확실한 경쟁은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 도시정비 수주전 신중 모드, '알짜' 과천10단지·여의도공작도 외면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1-2번지 일대 공작아파트 위치도. <서울시>


여의도 재건축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여의도는 압구정과 함께 서울 핵심지로 상징성이 큰 만큼 하반기 도시정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별수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49층 높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공작아파트다. 공작아파트는 9월 말 진행한 시공사 입찰에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재입찰에 들어갔다.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21-2번지에 위치한 12층 높이 아파트 4개 동, 373세대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 아파트 3개 동, 570세대로 지어진다.

단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변을 바라보는 단지인 데다 5호선 여의나루역과 LG그룹 트윈타워,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모두 도보로 5분 안 거리에 있다.  

여의도 일대 전반의 초고층 재건축 바람까지 더해져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1차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화성산업 등 건설사 12곳이 집결했다.

이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는 대우건설과 함께 유력한 수주후보로 거론되며 경쟁구도를 펼쳐왔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실제 입찰에서 빠지고 대우건설이 혼자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4일 공작아파트 조합이 진행한 2차 현장설명회에도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등 2곳만 참여하면서 수주경쟁에 김이 빠진 분위기다.

과천주공10단지는 시공사 입찰마감이 이달 31일이고 여의도 공작아파트도 11월20일에 입찰을 마감한다. 업계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경쟁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바라본다.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혀온 노량진1구역 수주전도 경쟁입찰 성사 여부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노량진1구역은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 곳이다. 다만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공사비에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찰 여부를 다시 고심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동 278-2번지 일대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바로 앞에 위치한 곳으로 재개발을 통해 3천 세대 규모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모두 9천 세대 규모로 건설될 노량진뉴타운 가운데 가장 사업지가 크다.

노량진1구역은 사업비가 1조 원이 넘는다. 일반분양 물량도 1200여 세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9월 중순 진행된 노량진1구역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해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시, 현대엔지니어링, 금호건설, 호반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유력한 수주후보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발을 빼면 노량진1구역도 GS건설 단독입찰로 시공사 선정절차가 유찰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도시정비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2022년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10대 건설사 가운데 6곳이 도시정비부문에서 최고 수주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대우건설(8353억 원), SK에코플랜트(7220억 원), 현대엔지니어링(6290억 원), 롯데건설(1728억 원)에 마수걸이도 하지 못한 HDC현대산업개발까지 대형 건설사들도 도시정비 수주실적 1조 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도시정비부문에서 수주실적 3조1870억 원을 확보한 포스코이앤씨 외 현대건설(1조5804억 원), GS건설(1조4489억 원), DL이앤씨(1조1824억 원), 삼성물산(1조1463억 원) 등은 1조 원대 실적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5일 공개한 건설경기실사 실적·전망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61.1로 8월보다 9.4포인트 떨어졌다. 8월 지수가 19.3포인트 내린 데 이어 9월에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건설사 실적지수를 부문별로 살펴봤을 때 신규수주 실적지수는 71.4로 8월보다 3.2포인트 내렸다. 특히 주택부문 신규수주 실적지수가 전월보다 7.8포인트 떨어져 토목(-5.2포인트), 비주택건축(-6.4포인트)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