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태나주 청소년 기후소송 승소, 가디언 "법원 기후변화 인정 획기적"

▲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미국 몬태나주에서 나온 기후소송 원고 승소 판결이 향후 다른 기후소송에 영향을 미칠 점, 법원에서 기후과학이 고려됐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이 판결이 정책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진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들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몬태나주에서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두고 법원의 획기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소송 결과 비슷한 다른 기후소송에서도 원고들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 점,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지식이 법원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정책 등 실질적 변화에 까지는 영향을 끼지기 힘들 것이란 한계도 지적됐다.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몬태나주에서 주 법원이 기후소송 1심에서 ‘획기적 법적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14일 몬태나주 법원은 2020년 비영리단체 ‘우리 아이들의 신뢰(Our Children’s Trust)’가 주도해 어린이 및 청소년 16명이 몬태나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은 1972년 주 헌법 개정을 통해 주 정부가 환경보호 및 개선의무를 지게 됐지만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아 자신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을 담당한 캐시 실리 판사는 103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안정적 기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관한 권리에 포함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확인했다.

또 몬태나주 환경정책법에서 주 정부가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허가할 때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가디언은 이번 판결이 세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로 이번 판결을 기반으로 다른 기후소송에서 원고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주 정부의 잘못이 인정된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이 판결이 있기 전에도 몬태나주 사건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판에 회부된 헌법적 기후 사건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머지않아 다른 비슷한 사건들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4건의 청소년 주도의 헌법 기후소송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하와이주의 청소년 기후소송은 내년 6월 재판을 앞두고 있고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된 청소년 기후소송도 재판 절차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연방법원에 기후소송을 제기한 원고 가운데 한 명인 나단 베어링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이 정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베어링은 “(기후)과학이 실제로 법정에 서게 됐고 청소년의 헌법상 기후 권리가 실제로 고려됐다”며 “재판이 없으면 사실 기록을 확립할 수 없고 정부가 공유하는 노골적 허위사실을 지적할 수 없기 때문에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며 이번 재판 및 판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둘째로 법원이 ‘기후과학’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재판에서 주 정부 측 변호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ICP라고 지칭했고 정부 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한 공무원은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IPCC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지식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법원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기후변화가 인간에 따른 것임을 확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사용 탓에 발생했으며 온실가스가 배출될 때마다 지구가 더워진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실리 판사는 법의 문제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둘러싼 매우 복잡한 과학적 문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기후소송에서 피고 측이 기후변화가 인위적 요인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시도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기후변화 소송을 위한 사빈센터의 창립자 마이클 제라드는 “과학적 증거가 압도적이어서 (피고 측) 변호사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조롱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번 판결의 실질적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깨끗한 환경에 관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는 소수의 다른 미국 주에서 추가 소송을 촉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몬태나주 안에서만 직접 적용된다.

또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몬태나주는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승인하거나 갱신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하지만 결국 새로운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신뢰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사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소송은 아마도 더 힘든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또 법원이 기후위기를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통과시키고 정치적 고삐를 다시 잡아 투표소로 가는 작업 없이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을) 축하해야 하지만 앞으로의 일에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몬태나주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 판결이 유지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