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합병 본격화하는 셀트리온에 대한 추억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올해 안에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두 회사는 17일 공시를 통해 합병 사실을 알렸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진행방향과 목표 등을 설명했다.
 
큰 틀에서 보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를 연내 흡수한 뒤 내년에 통합셀트리온이 다시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서정진 회장 일가와 일반주주->셀트리온홀딩스->통합셀트리온(3사 합병)’의 형태로 단순화된다.
 
돌이켜보면 셀트리온과 헬스케어간 합병은 좀 더 빨리 단행됐어야 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담당한다. 사업 초기에 셀트리온으로부터 국내외 판권을 넘겨받은 헬스케어는 해외 마케팅과 유통채널 구축 및 판매를 담당해왔다.
 
초기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서정진 회장은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였고 두 회사간 지분관계는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셀트리온은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를 헬스케어에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인식했다.

글로벌 유통망을 본격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단계에 있었던 헬스케어는 이 가운데 일부를 해외 제약사들에게 판매했다.

상당량은 재고로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셀트리온의 손익계산서가 좋아질수록 헬스케어는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셀트리온이 오랫동안 분식회계설에 시달려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생산회사는 유통회사의 대주주이며 두 회사는 회계적으로 ‘지배기업-종속기업’이 된다. 경제적 실질로는 한 몸인 것으로 보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회사가 아무리 제품을 유통회사로 많이 넘겨도 유통회사가 외부에 판매하지 못한 제품은 연결재무제표 상 매출로 인식할 수 없다. 한 회사 안에서 제품이 생산부문 창고에서 유통부문 창고로 옮겨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정진 회장은 처음부터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를 직접 지배하면서 두 회사간 지분관계를 단절시켰다. 회계적으로 ‘연결’은 물론 지분법회계조차 적용되지 않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셀트리온 사업 초창기, 필자는 김형기 부사장(현 부회장)을 사석에서 만나 이러한 사업구조의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한편으로 이해가 갔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합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2013년 4월 서 회장은 난데없이 셀트리온 매각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시장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여의도 63빌딩 기자회견장에 비장한 표정으로 나타난 서 회장은 “오늘 중대결심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셀트리온 3사 지분(당시 평가액 1조7000억원 가량)을 해외 대형 제약사에 팔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 위해 주식 매입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면 다국적 제약사로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서 회장은 얼마 안 가 매각의사를 번복했다.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되었던 데는 출자구조 탓도 있었지만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크게 작용했다.

합성의약품이 아닌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즉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 정도의 회사가 제대로 개발할 수 있을지, 개발한다고 해도 해외시장에서 팔 수나 있을지 얕보는 평가가 꽤 있었다.
 
오리지널 바이오약품만큼은 아니겠지만 바이오시밀러 역시 개발, 생산, 승인, 품질유지가 매우 까다롭다.

세포주 개발에서 임상에 걸리는 5년 이상의 기간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안전 및 약효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힘겹게 판매승인을 받아도 해외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다보니 “셀트리온 너희들이 감히 바이오시밀러를?” 이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셀트리온이 '사기꾼'이라는 일각의 악평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JP모건 사모펀드, 오릭스 등 해외 대형 투자회사들로부터 회계나 사업구조, 성공 가능성 등을 검증받고 조(兆) 단위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다.
 
셀트리온 3사의 회계 투명성에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회사 사업보고서를 잘못 이해한 왜곡 주장들이 꽤 많았지만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2018년 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사이의 판권 거래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년에 걸쳐 여러가지 회계이슈 관련 감리를 받는 단초가 됐다.
 
그 해 6월 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을 218억 원으로 평가해서 셀트리온에 매각했다. 그리고 이를 영업수익(기타 영업수익)으로 인식했다. 매출액으로 인식하되 바이오시밀러 판매라는 본연의 사업매출이 아닌 기타매출로 반영했다는 이야기다.
 
몇 달 뒤 일부 매체에서 이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자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감리에 착수했다.
 
헬스케어가 보유한 바이오시밀러 판권은 셀트리온으로부터 이전받은 것이다.

사업 출발 단계에서 넘겨받은 판권이라 당시에는 가치평가를 할만한 근거가 없었을 것이고 한다한들 제대로 된 금액이 나올 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후 헬스케어는 글로벌 제약 바이오사와 의약품 유통사 등을 찾아다니며 유통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판권의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자가창출한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기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 판권을 매각한다면 당연히 판권의 가치를 평가해서 대금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매각대금을 ‘영업수익의 범주로 볼 것인가, 영업 외 수익의 범주로 볼 것인가’에 있었다.
 
국내 제약 바이오 회사의 신약개발 과정을 보면 대개 임상 2상 이전에 신약물질의 기술수출을 한다.

이게 쉽게 말하면 판권매각인데 영업수익(매출액)으로 인식한다. 헬스케어 역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계감리에서는 영업 외 수익으로 봐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그룹의 재고자산 평가 등에서 대단한 고의분식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에서 재고평가에 대해서는 의결내용조차 없었다. 회계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그외 몇가지 이슈에서 회계처리 과실이 인정됐지만 고의 회계기준위반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셀트리온그룹은 이 같은 증권위의 결론 이후 내부적으로 더 이상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해 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합병 진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서정진 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3사가 동시 합병할 경우 절차상 애로와 주주간 이해충돌이 예상된다”며 순차합병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그룹 내 거래 투명성과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및 판매 일원화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