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 원대에 진입했다. 올해는 역대 첫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반기에 이미 반기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외형 성장을 유지하는 것과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확대되는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사업에 대한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 실적 잔치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자회사 미국사업 우려 벗어나야

▲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기업가치 성장은 비교적 둔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1년 전 90만 원대에 근접했던 것과 달리 현재 80만 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나날이 우상향하는 실적 그래프와 주가의 움직임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실적만 따졌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약세를 나타낼 까닭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8662억 원, 영업이익 2534억 원을 거둬 지난해보다 각각 33%, 49% 성장시켰다. 상반기를 통틀어도 성장 폭이 컸다.

이런 호실적에도 주가의 반응이 둔한 배경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바이오시밀러사업의 전망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0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적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를 개발해 최근 미국에 선보였다. 휴미라 미국시장 규모가 워낙 막대한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만료된 뒤 현지에서 상당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해 9개 기업이 한꺼번에 바이오시밀러를 쏟아내면서 미국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하드리마 도매가격(WAC)을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85% 낮은 가격에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처방약 보험 급여를 관리하는 약제급여관리업체(PBM)와 협상하는 문제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하드리마가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실적에 기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판관비 증가 및 기술료(마일스톤) 부재, 그리고 경쟁이 심화하는 바이오시밀러시장을 고려했을 때 영업이익률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하드리마 매출은 4분기에 확인 가능하며 본격적인 매출 성장은 2024년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실적 잔치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자회사 미국사업 우려 벗어나야

▲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1년 주가 동향. <네이버 증권>

다만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기적 성장 자체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목표주가를 108만~110만 원으로 잡았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업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이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노바티스로부터 전체 1조7천억 원 규모 위탁생산 일감을 수주했다. 단 2건의 수주만으로 지난해 총 수주 1조7835억 원에 버금가는 실적을 쌓는 ‘대박’을 쳤다.

의약품 생산을 책임질 생산능력도 지속해서 확대되는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사업장에 건립한 신규 4공장은 지난해부터 가동이 시작돼 올해 3분기부터 생산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공장을 잇는 5공장도 상반기 건설에 들어갔다. 

생산능력 확장은 다시 대규모 수주로 연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에 관해 현재까지 10개 고객사와 16개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30개 고객사와 46개 제품 생산 계약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실적 고점 갱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4공장 상업화 물량 생산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상반기보다 더 높은 매출 및 이익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까지 실적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