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동화 시대 현대차그룹의 ‘톱티어’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을 튼튼히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관련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연이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정의선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기아 최대실적 기록 계속 경신, 정의선 '전기차 톱티어' 기반 다진다

▲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계열사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도 순항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도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올해 전체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2조2497억 원, 영업이익 4조2379억 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42.2% 늘었다.
 
기아도 2023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6조2442억원, 영업이익 3조4030억 원을 거뒀다.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5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의 단순 합산 상반기 영업이익은 14조1076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3개 분기 연속으로 다시 썼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실적 목표치(가이던스)도 상향조정했다.

현대차는 2023년 전체 매출이 2022년보다 14~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목표치보다 3.5%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기아도 매출 목표를 기존 97조6천억 원에서 100조 원 이상으로, 영업이익 목표는 9조3천억 원에서 11조5천억~12조 원으로 높여 잡았다.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급 실적 기록을 써내려가면서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을 순조롭게 추진할 여력을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은 전동화 시대에 톱티어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전동화 및 미래모빌리티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6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 계획인 ‘현대 모터 웨이’를 공개하고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 규모도 늘린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109조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9년 동안 95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에서 13조9천억 원 늘어난 수치다.

기아도 올해 4월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2027년까지 향후 5년 동안 기존 계획보다 약 15% 확대된 3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래사업 투자 비중을 45%까지 늘리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시대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현재 중국이 전기차시장 가운데 가장 큰 곳이지만 이미 중국 현지 업체들과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기업이 자리잡은 만큼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판매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아직까지 미국은 전기차 비중이 낮은 데다 올해부터 미국 정부가 전기차 관련 세제혜택을 제공하면서 전기차 비중이 현재 5% 수준에서 2030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 대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은 테슬라가 주요 모델의 판매가격을 인하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기아 최대실적 기록 계속 경신, 정의선 '전기차 톱티어' 기반 다진다

▲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시대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는 2022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차례 가격 인하를 통해 대표 모델인 모델3의 경우 원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한 바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면서 미국 현지 완성차회사인 포드도 올해 초 대표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8%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아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가격 경쟁과 관련한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2022년 8월부터 최종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아 구매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 현대차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IRA로 인한 세액공제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오닉5나 아이오닉6와 같은 전기차에 더 높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다”며 “최근 수개월 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인센티브는 대당 4천~5천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 미국 자동차산업 평균 인센티브는 대당 1110달러 수준인데 이에 4배가량 높은 수준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재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점유율 기준 3위에 오르면서 안정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확대 전략은 적어도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 공장 HMGMA가 완공되는 2024년 하반기까지 이어져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테슬라 충전기가 표준규격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충전소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GM과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과 캐나다에 급속충전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26일 “합작 법인은 (현대차가 사용하는) 결합충전 시스템(CCS)방식과 테슬라의 북미충전표준(NACS) 방식을 둘 다 지원하겠지만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합작법인은 203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최소 3만여 개의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정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7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 자체가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격화된 전기차 시장에서 수익성 일부 양보하더라고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