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멀어지는 유럽 톱3, 하반기 전기차 신차로 추격 엑셀 밟는다

▲ 현대차와 기아가 하반기 유럽에 출시하는 신차로 유럽 톱3 진입을 노린다. 사진은 기아 EV9. <기아>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올해 들어 뒷걸음치며 사상 첫 유럽 톱3 달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각 브랜드의 주력 전기차 신차를 유럽에 출시하는데 이들 신차가 올해 톱3 진입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유럽 자동차판매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5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선 모두 532만3630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7.4% 급증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1~5월 유럽에서 합산 46만8943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은 1년 전보다 1.2%포인트 뒷걸음친 8.8%를 보였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11월 사이에 유럽 누적 판매량에서 단 한번도 3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나 12월 단 한 달 만에 4만여 대 격차의 추월을 허용하며 박빙(571대)의 차이로 르노그룹에 3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보면 같은 기간 9.7%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르노그룹과의 격차가 4만6397대까지 벌어졌다. 르노그룹은 올해 1~5월 유럽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0.8%나 뛰었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기저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부족의 영향을 받아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지난해 1~5월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보다 12.9% 줄어든 반면 현대차그룹은 판매량이 같은 기간 17% 늘었다. 이에 당시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10.0%를 기록한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유럽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128만6939대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약 70% 수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유럽 자동차시장의 판매 회복세는 하반기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판매량과 동행하는 유럽 소비자 신뢰지수가 반등세임을 고려하면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올해 추가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3% 수준에 머무는 판매 증가세를 확 키울 수 있는 신차 모멘텀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2차종의 전기차 신차를 유럽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올해 톱3 진입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는 이들 신차가 판매실적을 얼마나 견인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1~5월 시장점유율이 뒷걸음 치는 가운데도 소폭(3%)이나마 유럽 판매량을 늘렸지만 같은 기간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5만6958대로 13.8% 줄었다.

이에 기아는 올해 하반기 유럽에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V9을 앞세워 현지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린다.

기아는 유럽에 출시되는 EV9의 주력 외장 색상을 오션 매트 블루로 정하고 일부 전면 디자인을 유럽 고객 취향에 맞춰 한국 및 미국 모델과 차별화했다.

다만 유럽은 몸집이 큰 차량에게는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 차급별 자동차 판매 비중을 보면 13개 차급 가운데 소형 SUV가 18.8%, 준중형 SUV가 22.8%를 차지하는 반면, 중형 SUV와 준대형 SUV는 각각 5.3%, 2.4%에 그쳤다. 

올해 4월 유럽 판매 50위권에서 중형 이상 차급은 단 4차종 뿐이다. 나머지 순위는 모두 소형 및 준중형 차급의 모델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중형 SUV인 테슬라 모델Y는 올해 1분기 유럽에서 1만553대를 팔려나가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유럽 전체 자동차 가운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소비자의 선택지가 내연기관차만큼 넓지 않은 전기차에서는 높은 상품성을 갖추면 큰 몸집에도 독자적인 수요를 형성할 만 한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 유럽 전기차 모델별 판매 통계를 살펴보면 유럽 소비자들의 소형차 선호가 전기차에서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순위 톱10에 소형차가 8자리를 휩쓴 반면, 같은달 전기차 판매 10위권에 소형차는 단 3차종에 그쳤다. 

또 4월 전체 판매 50위권에서 4차종 뿐이었던 중형 이상 모델은 같은달 전기차 톱 20 안에는 5차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EV9은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만한 높은 상품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EV9은 99.8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근 산업부로부터 501km의 1회 충전거리를 인증 받았다. 유럽 WLTP 기준으로는 541km 이상의 주행거리가 예상된다.

EV9은 최고출력 150kW(킬로와트), 최대토크 350Nm(뉴턴미터)의 후륜 모터 기반 2륜구동(2WD) 모델과 최고출력 283kW, 최대토크 600Nm의 전·후륜 모터 기반 4WD 모델로 출시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고급 브랜드 아우디의 준대형 전기SUV Q8 e-트론 상위트림은 최고출력은 300kW, 최대토크는 664Nm의 힘을 낸다. 주행거리는 유럽기준 약 600km,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5.6초가 걸린다.

다만 가격을 고려하면 두 모델의 상품성에선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우디 Q8 e-트론의 시작가격은 기본모델은 7만6천유로, 상위모델은 8만5천 유로다. 유럽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EV9 시작가격이 6만8천(약 9600만 원) 유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멀어지는 유럽 톱3, 하반기 전기차 신차로 추격 엑셀 밟는다

▲ 코나 일렉트릭.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에서는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올 3분기 유럽에 출시한다.

현대차는 브랜드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2세대 코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 모델에 앞서 전기차를 먼저 디자인 했다. 이에 코나일렉트릭은 전면부 그릴을 막고 패턴을 그리는데 그치는 기존 파생형 전기차 디자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일자형 램프를 달고 디자인을 크게 개선한 신형 코나는 유럽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끌어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럽이 국가별로 단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추세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가격 측면에서 보조금을 대부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신차효과를 등에 업고 전기차 판매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나는 유일하게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2020년 3월 일찌감치 현대차 체코 공장에 코나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췄다.

하반기 출격하는 현대차그룹의 두 전기차가 톱3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EV9 최초공개 행사에서 "EV9은 기아 역사상 가장 혁신적 차량 중 하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차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