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부품 자체개발로 협상력 높인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도 영향권

▲ 애플이 아이폰용 부품을 직접 개발하며 협력사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폰 등 주요 제품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공급사들에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애플의 마이크로LED 패널 자급체제 구축 시도를 계기로 올레드 공급 단가를 낮춰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24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과 브로드컴의 대규모 반도체 공급계약 체결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브로드컴과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의 5G 통신반도체를 비롯해 무선통신에 쓰이는 다양한 부품이 대상에 포함된다. 애플과 브로드컴이 오래 전부터 이어온 협력 관계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통신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브로드컴은 현재 전체 연매출의 20% 정도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등 모바일 제품은 무선통신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에 해당한다.

애플과 브로드컴의 이번 계약은 연장 여부가 불확실하던 상황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애플이 다수의 통신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초부터 브로드컴 및 퀄컴과 통신반도체 공급 계약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통신반도체를 외부 기업에서 사들이는 대신 자체 기술로 개발해 자급체제를 구축한다면 아이폰의 생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 개월만에 대규모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는 점은 브로드컴과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애플의 전략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애플이 아이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며 사실상 ‘엄포’를 놓아 협력사들과 부품 물량 및 공급단가 협상에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종종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에서 이르면 2025년 자체 5G 모뎀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점도 앞으로 퀄컴과 공급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이러한 전략은 반도체뿐 아니라 아이폰의 다른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애플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핵심 공급사도 영향권에 놓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공급사에 디스플레이 의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차세대 마이크로LED 패널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애플은 대만에 위치한 연구개발 센터에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며 이를 아이폰 등 제품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LED는 현재 아이폰에 쓰이는 중소형 올레드(OLED) 패널보다 전력 효율과 밝기가 뛰어나고 두께도 얇아 휴대성을 높이거나 패널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애플 아이폰 부품 자체개발로 협상력 높인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도 영향권

▲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이크로LED 기술 홍보용 이미지.

애플이 앞으로 출시할 폴더블 아이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패널 대신 자체 개발하고 생산한 마이크로LED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처음 도입한 뒤 충분한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기업에 의존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바라봤다.

소수의 부품 공급사에 의존한다면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어려워 자연히 애플이 아이폰 원가 절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브로드컴과 같은 사례를 고려한다면 애플의 마이크로LED 기술 개발도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올레드 공급 협상에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올레드패널 구매를 줄이고 일부 제품에 마이크로LED 패널을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부품 단가 협상에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후파이낸스도 “애플이 브로드컴과 퀄컴에 의존을 낮추려 하는 움직임은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공급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는 시기를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만큼 마이크로LED 기술 발전 가능성에 더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한다면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및 갤럭시Z플립 시리즈를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할 공산이 크다. 자연히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 공급을 대부분 책임지며 수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마이크로LED 자급체제 구축 목표를 강조할수록 삼성디스플레이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애플이 마이크로LED를 폴더블 아이폰에 탑재할 잠재력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적합한 디스플레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