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윤석열 방미로 한미 현안 온도차 부각 지적, "한국기업 하기 나름"

▲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진행한 정상회담 및 한미 공동성명 발표를 놓고 양국에 돌아올 경제적 성과를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의도에 맞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을 통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2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가 윤 대통령을 맞이하며 한국 대통령에게 이전에 볼 수 없던 수준의 환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브스는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의 논평을 통해 이렇게 보도하며 1천억 달러(약 134조 원)를 넘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이런 결과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미국 주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여러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뚜렷한 온도차를 더욱 눈에 띄도록 하는 계기도 만들었다고 바라봤다.

윤석열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데 한국 시민들의 여론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해당 법안은 미국 내 제조업 및 첨단 산업 부흥을 위해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제조기업 등에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임에도 아직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지 않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에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에 기밀정보를 일부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규제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요한 사안으로 주목받았다.

스나이더는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며 “한미 동맹의 한계와 약점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서 폭넓은 경제 협력을 약속했지만 이런 내용은 지금과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스나이더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적 성과가 결국 한국 기업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의 무역 및 외교정책에 맞춰 중국에 의존을 낮추고 미국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창출해 이를 만회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스나이더는 여러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첨단 산업 투자를 통해 미국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등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기틀을 잡은 만큼 관련 기업들이 중국 내 투자 축소를 미국에서 성장 동력 확보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정상회담 등 일정은 그 자체로서 성과보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사업 방향성을 제시해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스나이더는 “한국 재벌기업들도 이러한 기회를 노리지 않았다면 1천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미 경제협력이 ‘윈-윈’의 결과를 낳으려면 바이든 정부 정책도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