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지원금 신청 기업 200곳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혜 ‘난망’

▲ 미국 상무부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맞춰 200개 이상 기업이 신청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하려는 기업 수가 200곳을 넘는다는 상무부 발표가 나왔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며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던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정책적 수혜를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7일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이 당초 추진된 목적에 맞게 순조로운 진행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이런 내용을 밝히며 “이미 200곳 넘는 기업이 반도체 지원금 신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 지원 신청서 및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지난해 의회와 미국 정부의 법제화 절차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 시행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첨단 반도체 공정과 구형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기업, 반도체 패키지업체 등 다양한 관련 기업들이 지원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미국이 자국에 종합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관련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투자를 늘리는 일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반도체 지원법의 수혜를 노리고 있는 기업에 해당한다. 현재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이는 미국 파운드리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러몬도 장관이 언급한 대로 수많은 기업이 한정된 보조금을 두고 경쟁 관계에 놓인 상황은 삼성전자가 큰 폭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요인에 해당한다.

러몬도 장관은 상무부가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제약을 둘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CNBC를 통해 “정부 지원으로 받은 투자금은 미국에서 쓰여야 한다”며 “절대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무부가 제시한 반도체 지원금 신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에 최대 10년 동안 투자 제한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경쟁력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투자 제한 조건을 두고 삼성전자와 한국 정부는 모두 우려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최대 수입국이라는 상황도 중요한 배경에 해당한다.

하지만 러몬도 장관이 상무부의 엄격한 원칙 적용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삼성전자가 이러한 기준 완화 등을 노리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결국 반도체 지원금을 두고 200곳 넘는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보조금을 확보하는 데 그칠 수 있고 미국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중국 투자와 관련해 계속 불이익을 안게 될 공산이 크다.

대만 TSMC도 최근 상무부의 까다로운 보조금 제공 조건과 관련해 반발하며 미국 정부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