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하락 사이클이 대형 건설사들에게 미칠 영향은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금융권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 주체가 다변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위험부담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며 “또 건설사들이 수도권 중심의 재건축, 재개발 분양 비중을 높여 미분양 위험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하이투자 “건설사 PF 위험부담 과거보다 낮아져, 신용보강 주체 다양화"

▲ 대형 건설사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하락 사이클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제한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2008~2012년 부동산 하락기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건설사들의 신용공여가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증권사 등 금융권의 신용공여 비율이 커졌다.

2012년 건설사들의 신용공여가 15조 원에서 2023년 1월 기준 18조 원 수준으로 증가하는 동안 증권사 신용공여는 14조 원에서 21조 원으로 커졌다.

신용공여는 금융거래에서 타인에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이에 따라 2018년 이후 건설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총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번 하락기 위험부담은 과거보다 줄었다고 바라봤다.

건설사들의 우량한 재무구조도 이번 부동산 하락기를 견딜 수 있는 요소로 분석됐다.

2022년 3분기 기준 건설사별 현금성자산 규모는 현대건설(별도기준)이 3조5천억 원, GS건설이 3조2천억 원, DL이앤씨가 2조5천억 원, 대우건설이 2조2천억 원 등이다.

배 연구원은 “현재의 부동산경기가 지속되면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채권을 대위변제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형 건설사 분양물량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 비중이 커진 점도 미분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큰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 27만7천 호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 단지 일반분양 물량이 13만3천 호로 약 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올해 분양물량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 물량 비중은 평균 70% 수준으로 더 커진다.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은 재건축, 재개발 분양물량이 전체의 44%, GS건설은 90%, 대우건설은 87%, DL이앤씨는 76% 수준이다.

정비사업은 조합원이 70% 수준의 분양물량을 가져가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이 낮다.

배 연구원은 “다만 부동산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면 착공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 미분양 사업장에 관한 할인분양 및 마케팅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2022년 이후 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마진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주택부문 마진 둔화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