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먹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생체의약품 복제약)에 도전한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제형 다변화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의 개발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데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바이오시밀러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개선된 '바이오베터(biobetter)'를 내놓음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셀트리온 기우성 먹는 복제약 도전, 바이오베터로 경쟁력 확보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이 다양한 제형 개발을 통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9일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기업 라니테라퓨틱스와 협력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먹는(경구용) 제형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먹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라니테라퓨틱스가 보유한 마이크로니들(초소형 바늘) 플랫폼기술이 활용된다.

통상 바이오의약품은 소화기관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먹는 방식으로 치료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하지만 라니테라퓨틱스의 기술은 의약품이 담긴 마이크로니들을 캡슐에 담아 작은창자까지 보호한다. 이후 작은창자에서 캡슐이 분해되고 마이크로니들이 용해되면서 약물을 혈관으로 전달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경구용으로 개발해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술까지 더해 피하주사형 못지 않은 효과를 얻도록 할 계획이다.

기 부회장은 셀트리온의 바이오베터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라니테라퓨틱스와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으로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개량해 더 나은 효능 및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셀트리온이 앞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성분이름 인플릭시맙)'가 대표적인 바이오베터로 꼽힌다. 기존 램시마는 정맥주사(IV) 제형이라 환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오랫동안 투여해야 했다. 하지만 피하주사 제형(SC)으로 개량된 램시마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택에서 직접 간편하게 투여 가능하다. 

기 부회장은 2019년 11월 유럽에서 램시마SC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편의성을 앞세워 유럽에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허가를 신청해 미국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다.

먹는 바이오시밀러는 피하주사 제형 못지않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주사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과 상관없이 투여가 가능해 복약 순응도(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정도)를 개선할 수 있다. 

또 라니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약물을 몇 주마다 주사로 투여하는 것과 비교해 먹는 방식으로 매일 저용량을 투여하는 게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먹는 바이오시밀러가 기존 제형보다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 부회장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도 먹는 제형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후보물질 전반에 걸쳐 라니테라퓨틱스의 약물 전달 플랫폼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셀트리온의 제품 가운데 먹는 제형 개발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로 파악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판매를 시작했고 내년 7월부터는 미국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다. 

미국 FDA 자료를 보면 유플라이마를 제외하고도 현재까지 8종에 이르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획득했다. 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만큼 셀트리온이 먹는 바이오시밀러 기술 적용 등으로 차별화를 꾀할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탈랏 임란 라니테라퓨틱스 CEO는 지난해 5월 제약전문매체 파마인텔리전스와 인터뷰에서 "경구용 전달 플랫폼은 내년 미국시장에 진출할 8개 이상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분명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것이다"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먹는 제형이 시장과 삶을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기 부회장은 라니테라퓨틱스와 협업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오베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악템라' 바이오시밀러의 피하주사 제형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20년 8월에는 영국 바이오기업 인트랙트파마와 경구용 인플릭시맙 개발 협약을 맺었다. 장차 '먹는 램시마'가 출시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쟁자가 점점 더 많아지는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제형 다변화를 비롯한 바이오베터 전략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약물의 제형 변경은 임상 개발 시간과 안전성 문제로 인한 실패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가격적 측면에서 고려해볼 때도 바이오베터가 바이오시밀러보다 개발 비용은 더 낮지만 판매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