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순수화학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를 타개 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대규모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차입 추진 롯데케미칼 금리인상 부담, 김교현은 재무건전성 자신

▲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케미칼이 4분기 영업손실 폭을 줄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실적은 배터리소재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김 부회장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견고한 재무구조와 롯데정밀화학의 연결 자회사 편입 효과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롯데케미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은 재무구조가 단단해 대규모 차입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의 자회사 편입 효과 등도 김 부회장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케미칼은 분대 최대 영업손실을 본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을 점차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롯데케미칼 4분기 평균 연결기준 영업손실 전망치는 836억 원으로 3분기 영업손실 4239억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롯데케미칼이 4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원재료인 나프타의 거래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900억 원, 부정적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로 인한 손실 2100억 원 등으로 인해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원인이 사라지면서 4분기에는 실적을 개선할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이익 체력을 예년 수준으로 바로 회복하지는 못할 공산이 큰 만큼 대규모 투자를 앞둔 롯데케미칼에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김교현 부회장은 고성장 산업인 배터리소재사업에 즉시 진입할 수 있는 동박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배터리소재사업 확대를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10월11일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측과 2조7천억 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며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동박 개발에 성공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적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터리소재사업의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양극재 소재(양극박), 음극재 소재(동박), 분리막 소재(분리막용 폴리에틸렌), 전해액 소재(유기용매) 등 전방위적으로 배터리소재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소재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마련과 관련해선 외부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8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천억 원 가운데 1조 원을 자체 자금으로 해결하고 1조7천억 원은 외부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거래종결 예정일인 내년 2월까지 마련해야 할 1조7천억 원은 롯데케미칼이 최근 5년(2017~2021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1조5751억 원)을 웃도는 큰 금액인데다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이 더해지며 롯데케미칼에 적지 않은 부담이 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을 때 시장에서는 인수금액이 다소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런 우려가 금리인상과 맞불려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의 우려에도 김교현 부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밀어붙인 데는 대규모 차입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한 재무구조가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53%를 기록했다. 다른 화학기업들과 비교해 매우 우수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6.9%에 그쳐 초기 외부 차입을 견딜만한 수준을 나타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내년 석유화학의 틀에서 벗어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성장동력원에 적극적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 높은 재무건전성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 뒤에도 부채비율이 여전히 70% 안팎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에는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의 연결 자회사 편입도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진다.

롯데케미칼은 꾸준히 롯데정밀화학 지분을 매입해 지난해 3분기 말부터 1년 사이 지분율을 31.1%에서 43.5%까지 늘렸고 이에 9월부터 롯데정밀화학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의 연결실적 편입에 따라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정밀화학이 롯데케미칼과 달리 화학사업임에도 외부 영향을 적게 받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가성소다 등 무기화학 제품은 롯데케미칼의 화학제품과 비교해 유가와 상관관계가 작아 사업 포트폴리오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정밀화학사업도 외부 환경 변화에도 비교적 실적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롯데정밀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120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71.5% 증가한 것으로 롯데케미칼과는 달리 단단한 실적을 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영업이익 440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81.3% 증가하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3분기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냈지만 추가적 실적 악화 가능성은 작다”며 “내년 롯데정밀화학의 영업이익이 온전히 반영되기 때문에 시황의 소폭만이라도 개선된다면 강한 실적 반등(턴어라운드)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