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원자력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건설사 GS건설, 두 기업의 공통점이 뭘까?

두 기업 모두 미래 먹거리로 수자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먼 미래에 수자원이 가장 중요한 전략자원이 될 거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물은 사람과 동식물의 생존은 물론 전력 공급과 각종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인데 그 쓰임새는 점점 많아지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수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물을 '블루골드'라고 치켜세우며 물 산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점찍고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후손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물 문제가 알고보니 우리 세대의 문제였던 모양이다.

2022년 세계는 전에 없던 가뭄과 그에 따른 물 부족 위험성을 체감했다.

먼저 원전 대국 프랑스가 수십 개 원전을 셧다운했다. 보통 원전은 한번 불을 지핀 뒤 3년 이상 운행되는데 냉각수로 쓸 강물이 부족해져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서는 독일 물류의 6%를 책임지는 라인강 수운이 말라붙었다. 그래서 주로 수운에 원료 공급을 의존해온 바스프 등 굴지의 화학기업들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중국에서는 수백년 동안 마른적 없는 양쯔강이 메마르면서 양쯔강 싼샤댐이 제공해온 값싼 전기를 누리던 세계 1등 배터리기업 CATL과 여러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물을 찍어낼 수는 없다"는 말로 중국 물 부족 위기를 예견했던 영국의 외교관 찰리 파튼의 2018년 예언이 재조명받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런 세계적 물 부족이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로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OECD의 2050년 환경 전망 보고서는 2050년까지 물의 수요가 가용 수자원의 20~3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과학자들은 남미의 안데스산맥과 유럽의 알프스산맥, 아시아 티벳고원의 빙하가 2100년에 안에 대부분 사라져 빙하수에 의존해온 수많은 국가들이 물 재앙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원론적 해결책은 탄소배출을 극적으로 줄여 기후변화를 멈추는 것이겠지만 우선은 대량의 물을 즉시 제공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보급이 검토되고 있다.

이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수십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국내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두산중공업)와 GS건설이 있다.

해수담수화란 바닷물에서 소금기를 제거해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바닷물을 증발시켜 담수를 만드는 1세대 증발법이 주로 사용됐으나 과도한 연료소모가 문제되면서 오늘날에는 압력용기에 바닷물을 넣고 고성능 멤브레인 필터로 소금기를 걸러내는 2세대 역삼투압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오늘날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금융비용을 조달해야 하고 건설에서 운영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주경험이 중요시되며 신규기업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9세기부터 물(수처리) 관련 사업을 해온 프랑스의 수에즈, 베올리아 스페인의 악시오나, 아벤고아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70년대 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전과 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설비생산능력과 비용절감 노하우를 발휘해 아랍 시장을 주로 공략했고 특히 2000년대 들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큰손들의 수주를 싹쓸이하면서 점유율 40%를 차지, 업계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400억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형(증발법과 역삼투법) 담수화 플랜트 사업을 따내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또 다른 국내기업인 GS건설은 1967년 세계 최초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시공한 경험이 있다. 2013년 스페인의 수처리기업 이니마를 인수하면서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GS건설은 2021년 칠레에 1200억 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 곳에 높은 에너지 회수 기술을 적용, 2.63kWh/㎥(세제곱미터당 킬로와트시)의 라는 낮은 에너지 소모를 구현해 2022년 글로벌 워터 어워드에서 올해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상을 받기도 했다.

과거 이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이 석유가 많은 아랍 국가들이 주고객이었으나 점차 물 부족을 겪는 새로운 고객들이 물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 규모를 2018년 기준 152억 달러(약 20조 원)로 추산했으며 이 시장이 연간 1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 역시 담수화 플랜트 시장이 2025년까지 33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산 울산, 창원 등 낙동강에 의존하는 경남지역 공업도시들이 물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설치해 식수와 공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비싼 운영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도 고민이 많다.

2014년 부산에 담수화 플랜트가 들어섰는데 국내 평균 수돗물 생산비용(톤당 719원)보다 높은 1130원의 가격에 발목을 잡혀 운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비용문제가 풀릴 날도 멀지 않았다. 2세대 역삼투압방식보다 진일보한 3세대 담수화 방식이 상용화되면 말이다.

국내외 연구진들은 차세대 해수담수화 기술의 후보로 정삼투법, 압력지연삼투법, 축전식탈염공정, 막증발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삼투법의 에너지 소비량은 2세대 역삼투법의 1/10 수준이라 유력한 차세대 담수화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증발법의 에너지 소모량은 9kWh/㎥, 역삼투법 에너지 소모량은 3kWh/㎥, 정삼투법 에너지 소모량은 0.25kWh/㎥ 수준이다.

아직 담수화 플랜트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 매출의 5% 남짓, GS건설 매출의 1% 미만을 차지하는 작은 사업이지만 그 성장성만 봤을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들이 세계 물 부족 문제의 해결사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