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년 만에 '딱 하루' 총파업 앞둔 금융노조, “금융 공공성 사수"

▲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각 지부 간부들이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노조가 이틀 뒤 총파업을 벌인다. 6년 만의 총파업이면서 딱 하루뿐인 파업이다. 

딱 하루뿐인 데도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노조도 이를 의식한 듯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왜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상세하게 늘어놨다. 

1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 앞. 금융노조 간부들이 현수막 뒤로 줄을 맞춰 선 채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어수선하던 현장이 단숨에 고요해졌다.

금융노조가 내세운 파업의 명분은 ‘금융 공공성 사수’였다. 노조 간부들은 비장한 목소리로 이와 관련된 발언을 차례대로 이어갔는데 거기에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강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그는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협의회의 불성실한 태도와 윤석열 정부의 금융 공공기관 운영방식 등을 비판하면서도 "국민들께는 파업으로 피해를 드려 죄스럽다"며 양해를 구했다.

박 위원장은 “16일 국민이 겪을 불편을 생각하면 매우 죄스럽다”며 “금융 공공성을 사수하고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니 국민들의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요한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금융노조를 ‘귀족 노조’라고 부르고 이들의 파업을 그저 ‘배부른 불만’ 정도로 취급하는 세간의 시선을 향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 위원장은 “노동자는 노동자일 뿐이지 ‘어떤’ 노동자는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마치 ‘어떤’ 노동자인 것처럼 분류되어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권과 우리의 요구를 제시할 수 있는 권리마저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와 정부는 그들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제일 먼저 인건비 삭감, 인원 감축을 내세우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부조리는 보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만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아예 파업의 이유를 외부 시선에서 찾았다.

그는 파업을 하는 제일 큰 이유를 “공공재로서의 금융의 역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진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실제 금융산업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노동자의 권리와 역할을 국민이 바로 알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지막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문에서도 국민의 양해와 이해를 바라는 금융노조의 속내가 여실히 느껴졌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당일 불편을 겪으실 국민 여러분께 중요한 업무에 대한 사전 협의를 당부드리며 국민들에게 필요한 금융공공 서비스의 지속적 제공과 확대 그리고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번 총파업 투쟁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인상률 등을 놓고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총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 들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사용자협의회에 1대1 대대표교섭을 받아들이고 제시안 수정을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