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성공에 환호한 의외의 인물, 일론 머스크

▲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8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에서 발사한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는 일론 머스크 CEO가 설립한 미국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달 궤도에 쏘아올린 재활용 우주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민간기업의 한계를 넘고 우주항공 분야에 진출한 뒤 관광을 비롯한 여러 파생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다누리의 성공적 발사를 계기로 이런 꿈을 더욱 키우게 됐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사된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는 성공적으로 정상 비행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누리는 미국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팔콘9’를 활용해 발사됐다. 스페이스X는 이전에 발사된 로켓의 일부 부품을 땅에 착륙하도록 해 회수한 뒤 재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발사는 한국 우주과학 기술 발전 측면에서 큰 성과로 꼽히는데 민간업체인 스페이스X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페이스X가 달 궤도를 목적지로 두고 재활용 로켓을 활용한 비행체를 발사한 사례는 다누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초반부터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기술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기술 협력을 이어온 성과가 양측의 목표 달성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전문매체 테슬라래티에 따르면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은 2017년에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을 선정하고 달 탐사선 발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다.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팔콘9 로켓의 부품 회수와 재사용에 성공한 지 약 6개월만에 해당 기술의 잠재력과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본격적으로 달 탐사선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다누리 발사에 활용된 팔콘9 로켓의 부스터 부품은 이미 다섯 차례에 걸쳐 재활용됐다. 로켓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페이로드 페어링’ 부품 역시 재사용됐다.

테슬라래티는 이를 두고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이 부품 재사용으로 비용을 절약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의 부품 재활용 기술이 널리 인정받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2019년에도 팔콘9를 통해 이스라엘의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착륙이 불안정하게 이뤄졌지만 결국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다누리를 달 궤도에 보내는 작업은 이스라엘 달 탐사선과 다른 경로를 활용하는 것으로 스페이스X가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동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누리가 달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해 탐사 작업을 시작한다면 한국의 우주과학 분야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관측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 역시 다누리의 성공 사례를 통해 재활용 로켓으로 처음 시도하는 달 탐사선 발사 성공이라는 중요한 업적을 마련할 수 있어 사업 확장에 더욱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한국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성공에 환호한 의외의 인물, 일론 머스크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 CEO는 현재 전기차기업 테슬라의 창업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2002년에 스페이스X를 테슬라보다 먼저 창업하면서 민간 우주항공 산업에 선구자로 나섰다.

다누리 발사에 활용된 팔콘9는 2005년부터 개발이 진행된 로켓으로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우주항공 산업을 대중화하려면 결국 로켓 발사에 필요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판단을 두고 머스크가 일찌감치 스페이스X를 통한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현재 스페이스X는 최초의 로켓 재활용, 민간회사로서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 등 다양한 기록을 갖추게 되면서 이를 다양한 파생 사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위성 인터넷 보급 확대를 위해 스페이스X의 로켓으로 다수의 인공위성을 띄우는 '스타링크', 지난해 유료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민간인 우주 관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가 여러 번의 성공적 우주선 발사 경험을 통해 전 세계 우주항공 연구원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업한 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주의 우주항공업체인 블루오리진과 본격적으로 기술 경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실현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간 기업으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전 세계 부호 순위 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 인물이 단순한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다누리의 성공적 발사와 한국 우주항공산업의 잠재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세계시장에서 중요성을 더 키우게 됐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탐사와 화성 이주를 위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그동안의 기술 발전 성과를 고려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