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지원에 비판 나와, "값비싼 실수에 불과"

▲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추진을 반대하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중앙정부와 의회에서 반도체기업의 현지 공장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방정부를 압박하는 일은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며 오래 전부터 큰 혜택을 받아온 만큼 추가로 지원을 제공하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18일 USA투데이 계열 미국 지역언론 루복애벌린치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이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공장 투자를 지원할 때 지방정부도 지원금을 일부 나누어 부담하는 내용이 해당 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네이선 젠슨 텍사스 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루복애벌린치저널에 기고문을 내고 이를 비판하며 “정부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은 매우 값비싼 실수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공장 또는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모두 520억 달러(약 69조 원)을 지원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젠슨 교수는 이런 지원 방안이 결국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미국 지방정부의 세금을 착취당하는 경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미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지원법이 첨단 사업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오히려 지방정부에 금전적 부담을 줘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반도체 지원법의 유력한 대상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가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 법안을 추진하기 시작하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새 파운드리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젠슨 교수는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과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텍사스주와 오스틴시, 현지 교육구 등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오래 전부터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며 지방정부 차원의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받아 왔다.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추가로 지방정부 지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젠슨 교수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주민들의 세금으로 받는 지원이 9억4500만 달러(약 1조2500억 원)에 이른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의 지원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정부들이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인텔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 공장 유치를 노리는 상황을 중앙정부에서 이용해 결국 현지 주민들의 세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산업 정책은 반도체와 같은 단일 산업을 키우는 데만 활용되어선 안 된다”며 “지방정부 및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현재 의회에 계류되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야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젠슨 교수와 같이 미국 시민들의 세금을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반도체기업 지원에 활용한다는 점을 반대하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면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바이든 정부의 세금 활용 방안을 두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젠슨 교수는 “중앙정부 정책은 최소한 지방정부에 중립적 태도를 두고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 시민들의 혈세를 필요로 하는 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