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지원법’ 기대 난망, 외신 “법안 통과 어려워”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며 미국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워져 지원이 무산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반도체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에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 자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블룸버그의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5일 논평을 내고 “반도체기업들과 미국 의회는 520억 달러가 걸린 멍청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자신들이 추진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의 미국 내 시설투자를 지원하는 520억 달러(약 67조 원) 규모 반도체 지원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에서 법안이 장기간 계류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모두 미국의 반도체산업 부흥을 정치적 ‘인질’로 삼고 있어 의회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내놓은 수정안에 반도체 투자 지원 관련한 내용뿐 아니라 이민정책 개편과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 다양한 내용이 추가돼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유럽에 대응해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핑계를 들어 이들이 해당 법안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내용을 끼워넣으면서 법안이 장기간 계류되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팻 겔싱어 인텔 CEO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기업 수장들이 일제히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점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겔싱어 CEO뿐 아니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대만 TSMC CEO와 미국 대형 IT기업 CEO들도 최근 일제히 의회에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의회 의원들과 CEO들이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당위성이 부족한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한편으로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 현명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인텔을 비롯한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어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늦추거나 축소하겠다고 사실상 협박을 내놓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비용이 한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훨씬 비싸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지원법’ 기대 난망, 외신 “법안 통과 어려워”

▲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의회 의사당. < AFP >


블룸버그는 반도체기업들과 의회의 절박한 움직임이 결국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싸움에 불과하다며 여러 입장이 충돌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의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은 8월 회기 종료에 맞춰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되면 의회 구성원들이 바뀌는 만큼 법안 도입과 통과, 협의 절차를 모두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도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부지를 선정하고 170억 달러(약 22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예고했다.

이후 공장 건설을 위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절차가 진행됐지만 공장 착공식은 예상보다 미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텔이나 TSMC 등 미국 투자를 진행 중인 다른 반도체기업과 같이 미국 정부의 지원 여부를 투자 규모와 시기 등에 큰 변수로 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가 지적한 대로 미국 의회와 반도체기업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결국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상당 부분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모두가 미국의 반도체산업 부흥을 원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위해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반도체 지원법 추진 과정만 바라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