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가스공사가 비싼 가격에 LNG(액화천연가스)를 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한 조선일보 기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채 사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래 기사는 사실관계에 분석이 잘못됐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긴 반박문을 실었다. 
 
채희봉 ‘호구된 가스공사’ 기사 정면 반박, “가스 도입 경쟁력은 최고”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채 사장이 언급한 기사는 조선일보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16일 보도한 ‘[단독] 호구된 가스공사…민간보다 2배 비싸게 LNG 수입’ 기사다.

채 사장은 우선 “가스공사의 도입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가스공사가 주요 공급처로부터 유리한 조건의 가격 제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법은 수십 년짜리 장기도입계약을 하거나 해마다 국제시장에서 수시로 현물로 사는 방법이 있는데 메이저 기업들이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이든 현물가격이든 오퍼를 할 때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가스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며 “이번에 싱가포르 출장을 가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단가가 민간보다 높아지는 이유를 놓고는 민간회사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가능한 구조와 국내 전력공급 안정을 위한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관리 의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리피킹이란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채 사장은 “국제 천연가스시장이 공급자 우위(seller‘s market)일 때, 즉 외국의 메이저 기업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때는 민간 직수입자들이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대신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기를 원한다”며 “반대로 국제시장이 수요자 우위(buyer’s market)일 때, 즉 국제 가스시세가 낮게 형성될 때는 민간 기업은 직도입을 선호해 소위 ‘체리피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공사는 무한수급책임이 있어 가격이 비쌀 때도 가스를 도입해야 한다”며 “해당 기사에서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의원실에서 설마 이러한 내용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의 내용이 역설적으로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과 수급의무에 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채 사장은 “가스공사가 만일 지금 시점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계약물량 중 약 300만 톤을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돌려서 팔면 앉아서 1조 원이 훨씬 넘고 때로는 수조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제가 민간회사의 사장이라고 하면 고가의 현물도입을 포기하고 오히려 현재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물량을 해외현물시장에다 내다 파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가스공사의 주가는 최소한 수백퍼센트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급관리제도를 놓고도 “지금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수급관리부담을 가스공사와 다른 민간사 또는 발전자회사들이 나눠 진다면 가스공사 혼자서 비싼 현물을 사야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의 평가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한 관련 제도를 둘러싼 전반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채 사장은 “현재 원료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을 제때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가스공사에는 6조 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과정에서 제대로 보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수급관리과정에서 가스공사가 떠안는 부채비율증가를 마치 방만경영에서 기인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차제에 이러한 기사를 계기로 국회 논의 등을 통해서 가스산업의 공공성 제고 방안과 수급관리에 대한 제도개선 그리고 모순적인 공기업 경영평가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을 논의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