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노조 5월2일 파업 돌입 예고, "김태영 대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 18일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열린 화학섬유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 웹젠지회의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 대화 촉구 및 웹젠지회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견 게임사 웹젠의 노동조합이 5월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게임업계에서 첫 번째 파업을 준비 중인 웹젠 노조는 김태영 대표이사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올 것을 요구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는 18일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김태영 대표이사 대화 촉구 및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과 한상필 웹젠지회 수석부지회장, 박영준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지부장, 서승욱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지부 부지부장 겸 카카오지회 지회장, 배수찬 넥슨지회 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웹젠지회 교섭대표로 나선 배수찬 넥슨지회 지회장은 "법적 절차는 모두 끝났고 5월2일 파업을 시작하겠다"며 "웹젠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노조 교섭 사례를 통틀어도 순수임금 문제로 파업에 이르는 일은 드물다"며 "이번 파업은 게임업계에서 깜깜이 연봉협상이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배 지회장은 "웹젠은 600명이 1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그 영향으로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로 100억 원이 설정됐다"며 "하지만 평직원 대상 임금협상에서 회사는 한 푼의 양보조차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웹젠의 제안대로 연봉 인상을 3번 반복하더라도 넥슨의 평균연봉을 못따라간다"며 "회사의 제안대로만 하면 현실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뽑기 어렵다"고 짚었다.

웹젠 노조는 배 지회장이 교섭 대표를 맡은 것을 놓고 "웹젠지회는 산별노조로서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임금협상을 진행한다"며 "산별노조에서는 산별교섭대표나 교차교섭대표를 통해 교섭을 진행하는데 넥슨노조의 배 지회장이 교차교섭대표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차교섭대표를 내세우는 목적은 지회장이 회사 대표와 짜고 협상을 진행하거나 노조가 어용노조로 활동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5월2일 시작될 파업은 우선 웹젠지회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 지회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5월2일부터 파업이 시작되는데 웹젠지회에서 움직임이 먼저 있을 것이다"며 "이후 상황에 따라 연대 등을 본격화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회견의 주제와 같이 우선 1차적 목표는 대표이사가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파업의 의지를 다지면서 동시에 노조안팎의 결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지회장은 "연봉제라는 시스템에서 능력과 성과를 경쟁하지만 정작 본인의 평가는 알 수 없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며 "파업 찬반 투표의 결과를 알리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사에서는 어떠한 양보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쟁의권을 내려놓고 얘기하자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에 함께하지 않는 웹젠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내기도 했다.

노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파업으로 자리를 비울 때 응원을 부탁한다"며 "그 업무 공백을 메울 필요도 없으며 그것은 오로지 파업을 방치한 회사가 감수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웹젠의 게임을 사랑해 주는 유저에게도 사죄하고 또 약속하겠다"며 "우리의 힘이 닿는 대로 회사에 타격을 주고 이 투쟁을 승리로 끝내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웹젠 노조 5월2일 파업 돌입 예고, "김태영 대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 노영호 화학섬유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 웹젠지회 지회장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열린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 대화 촉구 및 웹젠지회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기자회견에는 스마일게이트,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ICT, 한글과컴퓨터 등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IT위원회 소속 지회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지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웹젠지회에 힘을 더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이번 파업의 책임이 웹젠 회사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지회장은 "올해 카카오에서는 8곳의 계열사와 임금교섭을 진행했고 7곳에서 합의를 했다"며 IT위원회 전체로 넓혀보면 30여 곳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현재 교섭이 결렬된 곳은 웹젠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섭이 체결된 곳이 수익이 많은 대기업이어서, 인상률이 높아서 임금 협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다"며 "한 해 1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웹젠보다 수익이 적은 회사들도 많지만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웹젠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현실도 꼬집었다.

서 지회장은 "웹젠은 노동조합 설립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웹젠은 노동조합 사무실도 없고 회사와 교섭을 사내에서 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에는 웹젠 사측의 조치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서 지회장은 "웹젠이 지난해 평균 2천만 원을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웹젠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6100만 원이었던 웹젠의 평균 연봉은 2021년 7100만 원으로 웹젠이 인상폭으로 내놨던 2천만 원의 절반인 1천만 원만 올랐다.

이와 관련해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은 "나머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는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지부도 웹젠지회에 대한 지원의 뜻을 드러냈다.

오연춘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지부 조직국장은 "웹젠은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의 수혜가 임원과 고위직 간부들에게만 몰리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평균 임금이 상승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는 부당함에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 조직국장은 "김태영 대표는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와 노동자의 소리를 듣고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수도권지부는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