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마트와 슈퍼마켓 5800곳을 회원으로 둔 한국마트협회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신한카드 거부운동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마트협회가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콕 짚어 가맹해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트협회 신한카드 콕 짚어 가맹해지운동 펼쳐, 수수료 협상 '고심'

▲ 신한카드 본사. <신한카드>


4일 마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한카드 거부운동을 본격 시작한 뒤에도 신한카드 측에서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한카드 거부운동 이후에도 카드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신한카드 가맹해지 가맹점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는 단계로 3월 중순 이후 참여 가맹점 수를 집계하고 3월 말쯤 추가 대응책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협회는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며 2월28일 신한카드 거부운동에 돌입했는데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일은 마트협회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마트협회는 1월 진행한 올해 첫 정기총회에서도 2022년 주요 6대 목표를 정하며 제일 앞에 ‘카드수수료 협상권 확보 및 중소마트 혜택 확대’를 놓았다.

마트협회가 신한카드를 대상으로 거부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신한카드가 3년 주기로 돌아오는 카드수수료 조정에서 수수료를 가장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마트협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마트의 신한카드 평균 수수료는 기존 2.02%에서 2.28%로 0.26%포인트가량 올랐다.

인상폭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된 우리카드가 수수료를 기존 2.06%에서 2.08%로 0.02%포인트가량 올린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카드사들은 연매출 30억 원이 넘는 중대형가맹점의 경우 가맹점과 개별협상을 통해 카드수수료율을 정한다.

동네마트는 상대적으로 매출규모만 큰 박리다매 업종으로 여겨진다. 매출이 커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 않는 만큼 협상을 통해 카드수수료율을 정해야 하는데 마트협회에 따르면 거의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져 통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영진 사장은 마트협회의 가맹해지 운동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맹해지는 말 그대로 가맹점에서 신한카드를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마트협회는 신한카드 거부운동을 일반가맹점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가맹해지 운동에 동참하는 참여 업체가 늘어날수록 신한카드는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마트협회가 신한카드의 늘어난 순이익을 문제 삼는 점도 임 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신한카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연결기준 순이익이 2019년 5090억 원에서 2020년 6066억 원, 2021년 6763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동네상권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카드수수료를 크게 높이는 일은 신한카드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마트협회는 지금이라도 카드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수수료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셈인데 현재 시장상황을 놓고 볼 때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올해 우대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하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트협회 신한카드 콕 짚어 가맹해지운동 펼쳐, 수수료 협상 '고심'

▲ 한국마트협회가 배포한 신한카드 사용불가 안내 문구. <한국마트협회>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 인하 당정협의’를 통해 연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부터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은 연매출 구간별로 3억 원 이하는 기존 0.8%에서 0.5%로, 3억~5억 원은 1.3%에서 1.1%로, 5억~10억 원은 1.4%에서 1.25%로, 10억~30억 원은 1.6%에서 1.5%로 각각 조정됐다. 이를 통해 전체 가맹점의 90% 이상이 카드수수료가 낮아졌다.

임 사장 역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혜택 많은 카드의 발급을 중단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수익성 방어에 힘쓰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31일 큰 혜택으로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더모아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했고 올해 초에는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일은 임 사장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임 사장은 2017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끈 카드업계 장수 CEO로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난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2020년 말 인사에서 2년 임기로 임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는 보통 2년의 임기를 마친 뒤 1년씩 연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임 사장은 당시 역량을 인정받아 2년 임기를 보장 받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전체 마트 가맹점 가운데 약 90% 정도가 영세중소가맹점으로 분류돼 1.5%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카드수수료가 인상되는 마트 가맹점은 미미한데 이들 가맹점을 대상으로도 영업채널을 통해 개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