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희 동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남은 회생채무 변제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며 과거 10대 건설명가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동부엔텍 매각 및 한진중공업 인수 등을 마무리 짓고 실적도 끌어올려 동부건설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를 건설명가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동부건설 회생채무 상환 마무리, 허상희 건설명가 재건 시동

허상희 동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6일 동부건설에 따르면 남은 회생채무 356억 원을 변제하기 위해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채권 권리가 명확한 회생채무는 변제를 마쳤지만 매출·매입, 하자보수와 관련해 권리가 명확하지 않은 채권들은 법원 등과 협의를 거쳐 변제 절차를 밟고 있다.

회생채무는 특정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발생한 채무를 뜻한다. 

앞서 동부건설은 지난 3일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회생채권자인 GS건설과 롯데건설에게 액면가 5천 원으로 각각 7만8672주와 5만2447주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25번째로 자본 증가효과는 적지만 회생절차의 흔적을 씻어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동부건설은 2015년 7월 기업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회생채권을 새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채무를 갚아왔다. 당시 3200억 원 규모였던 회생채무는 현재 356억 원으로 크게 줄어 있다. 

2015년 당시 법원은 동부건설의 회생채권 발행을 뼈대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회생담보권자에게 원금과 이자 전부를 현금 변제하고 일반회생채권자에게는 원금과 회생절차 개시 전 이자의 47%를 현금으로 갚고 53%는 출자전환하도록 했다.

동부건설은 2016년 7월 키스톤PE에 인수된 뒤 같은 해 10월 기업 회생절차를 끝냈다. 

동부건설은 회생철차를 끝내고 6년 만에 회생채무를 완전히 변제할 내부적 준비를 마무리한 셈이다. 

허 부회장은 올해 이렇게 과거의 아픔을 기억을 지우는 한편 과거 10대 건설 명가의 영광을 재현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동부건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꾸준히 들었던 전통있는 건설기업이었다. 

서울 주요지역에 센트레빌을 공급하며 브랜드 가치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그룹의 경영악화가 지속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7년에 36위까지 주저앉았다.

허 부회장은 HJ중공업와 동부건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8월 100% 자회사인 환경관리 대행업체 동부엔텍을 454억 원에 엠케이전자에 매각해 인수자금을 마련한 뒤 같은 해 9월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지분 67%를 인수했다. 

동부건설과 HJ중공업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1위와 43위로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 계산으로 합쳐보면 14위에 오를 수 있다. 

더욱이 두 기업은 같은 건설업을 하고 있지만 활동지역이나 공사분야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보이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부건설은 기존에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최근 들어 사업성이 확보된 지방 사업장 쪽으로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주택 브랜드인 ‘해모로’가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높다. 

공공공사에서도 강점을 지닌 분야가 다르다. 동부건설은 공공공사에서 철도와 도로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고 HJ중공업은 특수분야로 꼽히는 공항공사에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허 부회장은 올해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6월 캄보디아 홍수피해 저감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라오스 메콩강변 종합관리 사업자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두 사업의 규모는 모두 1100억 원에 이른다.

동부건설이 최근 40년 가까이 해외에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사업의 수주가 해외사업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허 부회장은 해양플랜트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는데 HJ중공업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다각화 전략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도 동부건설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동부건설은 2022년에 분양 8천 세대, 신규수주 3조 원에 이르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진중공업이 2022년부터 지분법이익으로 영업외 수익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상희 부회장은 동부건설이 2016년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부터 경영에 참여하면서 동부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허 부회장은 2016년 동부건설의 총괄부사장에 부임했으며 2018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이어 2021년 12월20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과제였던 HJ중공업 인수를 마무리 짓고 해외수주를 본격화 하며 건설명가로 재도약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올해 양질의 수주를 확보하는 등 지속성장하는 상위 10대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