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와 2021년 임금협상을 매듭짓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의 특별요구사항으로 지속적 고용안정을 위한 안정적 생산계획과 함께 미국 GM본사의 전기차 물량 배정을 원하고 있다.
 
한국GM 전기차 생산 배정받기 불확실, 카젬 노조와 협상 가시밭길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미국 GM본사가 한국GM에 전기차 생산을 배정할 공산이 현재로선 크지 않아 카젬 사장으로선 노조와 협상에서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GM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창원 공장의 경차 스파크 장기생산 계획이 2022년 10월까지만 마련된 것으로 파악돼 다음달인 11월부터 스파크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이 6월30일 발간한 소식지에 따르면 6월23일 진행된 교섭에서 창원지회가 요구한 스파크 생산연장 등의 미래발전 계획과 관련해 회사가 부정적 태도를 보여 이런 시선에 힘이 실린다.

한국GM은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형세단인 말리부와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트랙스 등도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크까지 생산을 중단한다면 한국GM 공장에는 차량 2종만 남게 된다.

현재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와 2022년 12월부터 창원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CUV(크로스오버 차량) 신차 등 2종이다.

노조로서는 회사가 생산 차종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2018년 5월 진행됐던 군산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GM본사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와 SUV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 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한 글로벌 투자금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GM은 현재까지 GM본사의 미래차 전략에서 소외된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볼트EV는 모두 미국 등에서 수입한 물량이다. 국내 차량 생산에서는 창원 공장의 CUV 이후 다음 새 모델이 없는 셈이다.

앞서 미국 GM본사는 6월16일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과 관련해 모두 350억 달러(약 39조1265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월 발표 때보다 투자규모가 30%가량 늘었다.

장기 생산계획과 관련한 전략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조로서는 올해 임금협상의 특별요구 사항으로 회사에 미래차를 포함한 공장별 장기 생산계획을 확정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GM 노조 지도부는 카젬 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6월 초 미국 GM본사를 방문해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물량을 한국에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장기 생산계획과 관련해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인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5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교섭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조정 신청도 검토할 계획을 세워뒀다.

카젬 사장으로서는 판매량 회복을 위해 안정적 생산체계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차질을 일부 겪은 만큼 하반기에 자칫 노사갈등이 커져 원활한 생산이 어려워지면 올해도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5월까지 모두 12만7907대 차량을 팔았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판매가 줄어 기저가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으로 여겨진다.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노조의 요구에 부응해 카젬 사장이 미국 GM본사에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을 요청하더라도 받아들여질 확률이 크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국 GM본사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뒤 서명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제품 구매)’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공장의 전동화를 완전히 마치기 이전에 해외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힘든 처지라는 것이다.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 연방정부가 물품을 조달할 때 미국산을 우선 사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이같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관용차 300만 대를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 GM본사가 올해 4월 말에 멕시코 라모스 아리스페 공장에 10억 달러(약1조1076억 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자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 스파크 단종을 비롯해 생산계획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