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 전환사채(CB)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까?

만기상환은 실익이 없기에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식 전환 이후 지분을 얼마나 처분할지, 어디에 넘길지를 놓고는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 HMM 전환사채의 주식화 유력, 이동걸 지분 처분규모 주목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1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인 1조4천억 원을 낸 데는 HMM 전환사채 평가이익 등 비이자이익 9천억 원이 반영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HMM 주가가 1년 만에 10배 이상 급등한 덕을 톡톡하게 봤다.

HMM은 1분기에 1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HMM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2023년까지 업황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쳐 당분간 기업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한 HMM 전환사채는 모두 3천억 원 규모로 마침 6월 말 만기가 도래한다. 전환사채의 처분을 두고 이동걸 회장의 선택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이 전환사채 만기상환을 결정하면 원금과 이자를 합해 3300억 원을 받게 된다. HMM이 일시상환하는 데 부담도 따르지만 산업은행으로서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기 때문에 굳이 만기상환할 이유가 없다.

산업은행이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당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은 HMM 주식 6천만 주를 확보하게 된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2조7660억 원어치다.

만약 이 회장이 전환한 주식 전량을 매도하기로 결정하면 산업은행은 단번에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HMM에 3조 원가량을 쏟아부었다. 

기존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 4120만 주까지 모두 정리하면 지분 처분규모는 4조6천억 원으로 기존 공적자금 투입금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HMM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식 대량매물이 시장에 쏟아졌을 때 받을 충격이 적지 않은 데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대표 국적 해운사의 지분 처분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역시 HMM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이 HMM을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지분 15%를 넘게 보유한 회사를 자회사로 둬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은 11.94%인데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24.99%까지 늘어난다.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한진중공업 등 산업은행의 자회사를 대거 정리해 왔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이 새로 HMM을 자회사로 편입하지는 않으리라는 시각이 많다.

결국 산업은행은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지분을 10%가량만 처분해 자회사 편입기준 아래로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HMM 지분 10% 가치는 약 1조6천억 원 수준으로 지분 전량을 처분하는 것보다 인수자를 찾기도 쉬워진다.

산업은행이 HMM 지분을 넘길 후보군으로는 올 초 이미 한 차례 인수설이 나왔던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차, CJ, SM, 하림 등이 거론된다.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대기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향이 HMM 지분 처분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민간에 지분을 넘기지 않는다면 HMM 지분을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현재 HMM 지분 4.04%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취임 전이기는 하나 산업은행은 과거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산업우주(KAI) 지분을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사례가 있다.

산업은행이 HMM 지분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자회사 편입 없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조항을 HMM 사례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환사채 만기를 연장하거나 다시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을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방법은 HMM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는 채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다. 1분기말 기준 HMM 부채비율은 401.5%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