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놓고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핵심 모바일기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절실할 것이다.

노키아의 사례가 참고대상이 될 수가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사업을 매각하면서 특허권은 넘기지 않았다.
 
스마트폰사업 고민 깊은 LG전자, 노키아 휴대폰 매각은 타산지석

▲ LG전자 투명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특허도면. <미국특허청>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재편하기로 하면서 특허 등 핵심기술을 내재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을 놓고 완전 매각, 부분 매각,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나 1월 말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모바일 기술은 지키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020년 1월 글로벌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LG전자는 5G통신과 관련해 2236개 특허를 출원해 삼성전자와 노키아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모바일기술 특허는 스마트 가전, 전장 등의 분야에도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어 LG전자로서 특허 경쟁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기술자산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매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휴대폰시장의 강자였던 팬택은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공장 등을 제외한 팬택의 지적재산권만 원하는 원매자가 많아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특히 기술력에 한계가 있는 중국, 인도 제조사들은 팬택의 생산기반보다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팬택의 생산시설은 크게 매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특허를 지키며 매각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13년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단말기사업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키아는 휴대폰사업을 매각하면서 관련 특허는 매각하지 않았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가 10년 동안 22억 달러의 사용료를 내고 노키아가 보유한 특허 3만 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의 기술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윈도폰의 점유율 확대 목적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특허를 활용한 사업을 유지하려던 노키아와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사업을 매각한 뒤 네트워크사업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적자를 끊고 실적 반등을 이뤄내 매각이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키아는 2012년 매출 154억 유로에 8억2100만 유로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휴대폰사업을 매각한 2013년에는 매출이 127억900만 유로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억1900만 유로를 내며 흑자전환했다. 

2019년에는 매출이 233억1500만 유로로 매각 직후보다 거의 2배가 됐고 영업이익은 4억8500만 유로를 냈다.

LG전자는 연료전지사업, 수처리사업 등을 정리하고 마그나와 전기차부품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노키아의 사업 구조조정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 스마트폰사업 매각 후보자로 신흥시장 제조업체인 베트남 빈그룹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와 함께 글로벌 기술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사업을 매각한 노키아처럼 특허를 지키면서 매각을 성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키아 휴대폰사업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간 이후 맞은 결말도 LG전자로서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사업에 실패한 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노키아에서 고용승계한 2만6천 명 중 1%도 안 되는 200명만 남기고 모두 내보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인력은 약 3700명이다. LG전자는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핵심기술 내재화 이외에 구성원 고용안정이라는 과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상당인력은 LG전자 내 다른 부서나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등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매각이 성사돼 인력이 넘어가더라도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걸 가능성이 크다. LG전자가 2019년 수처리사업을 매각할 때 사모펀드가 아니라 수처리 관련 기업 테크로스를 선택한 것도 고용승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1월20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사업 운영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