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이 레미콘 1위와 시멘트 1위 자리를 동시에 석권할 수 있을까?

유진기업은 시멘트업계 2위인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이를 설욕하려고 한다.

유진기업은 ‘무주공산’인 동양의 최대주주 자리에도 올라 있어 레미콘업계에서 입지가 확고하다.

◆ 쌍용양회 인수전, 유진기업 시멘트 1위 가능할까

유진기업이 쌍용양회 인수전에 도전장을 냈다. 유진기업은 계열사인 유진PE를 통해 지난달 쌍용양회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냈다.

  유진기업, 레미콘과 시멘트에서 모두 1위 차지하나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진기업은 올해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으나 레미콘업계 라이벌인 삼표에게 패했다.

동양시멘트는 시멘트업계 2위 기업으로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를 통해 레미콘-시멘트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이에 따라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결정 등에서 삼표의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유진기업이 레미콘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쌍용양회 인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22일 진행되는 쌍용양회 본입찰에 유진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쌍용양회는 시멘트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시멘트업계 1위 기업이다. 유진기업이 쌍용양회를 인수할 경우 레미콘 1위와 시멘트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양쪽 업계 1위의 시너지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굳힐 수 있게 된다.

유진기업은 부채비율이 125.9%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여기에 당분간 실적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양회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다.

유진기업은 3분기 매출 2404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을 냈다. 건설업황 호조로 레미콘 출하량이 늘어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9.0%, 영업이익은 47.7% 증가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진기업이 넘버원 레미콘회사지만 시멘트 부분이 없어 쌍용양회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기업은 2004년 고려시멘트를 인수했으나 2012년 시멘트 공장 두 곳을 모두 매각했다.

◆ 유진기업, 동양도 삼킬까

유진기업은 올해 들어 동양의 최대주주에도 올랐다. 유진기업은 지난 9월 동양의 지분 5.67%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10월 지분을 7.05%까지 늘렸다.

유진기업은 지분매입에 대해 단순투자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진기업이 동양에 대한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동양은 최근 모든 채무를 청산하고 법정관리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동양이 언제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지 주목한다. 유진기업은 동양 매각이 시작되면 인수전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동양은 지난해 레미콘시장 점유율 1.6%을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4%대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동양은 레미콘 출하량의 78%가 비수도권지역으로 전국 단위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유진기업의 레미콘 출하량의 8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동양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기업, 레미콘과 시멘트에서 모두 1위 차지하나  
▲ 윤재민·이윤호 쌍용양회 공동 대표이사.
유진기업이 동양을 인수하면 레미콘 2위 삼표를 견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삼표가 동양으로부터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동양은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도 5천억 원의 현금이 남게 됐다.

유진기업이 동양을 손에 넣으면 이 자금을 쌍용양회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패배한 데 대해 설욕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유진기업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동양 지분 6.27%를 소유해 유진기업의 뒤를 쫓고 있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얼마 전 동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인수합병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동양 지분 5% 미만을 보유한 곳이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도 동양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이 크다.

◆ 유진기업은 어떤 곳인가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에서 출발했다.

유진그룹의 중심인 유진기업은 1984년 설립했다. 유진그룹은 2000년대 들어 고려시멘트,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로젠택배, 하이마트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유진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50위권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로젠택배와 하이마트 등을 매각하면서 자산이 감소해 2012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유진그룹은 3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는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 2곳이고 비상장사는 유진투자선물, 나눔로또, 천안기업, 유진디에프앤씨, 한국통운, 뽀로로뮤지컬 등 34곳이다.

유진기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레미콘공장인 서서울공장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31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레미콘업계 1위 기업으로 수도권 기준 유진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5.2%다.

유진기업 대표이사는 최종성 부사장이지만 유진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CEO는 정진학 사장이다.

정 사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무역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1994년 유진그룹에 입사해 남동공장장과 부천공장장을 거쳐 2001년 유진기업 부사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2006년 유진콘크리트 사장을 거쳐 2010년 유진기업 건설소재부문 총괄사장에 올랐다. 2012년부터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