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증설을 검토할까?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가운데 하나인 인텔이 반도체 공정의 부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파운드리 확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텔 일감을 수주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미국 오스틴공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 인텔 반도체 수주 위해 미국 오스틴공장 증설 검토할까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27일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까지 양산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를 좁히고 사업기회를 확대하려면 오스틴공장 증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오스틴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파운드리공장으로 14나노급, 10나노급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당초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었지만 2011년부터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여기에 맞서 2024년까지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미국기업들로부터 파운드리 물량을 더 들고올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TSMC가 이미 애플, AMD,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지으면 인텔의 중앙처리장치 및 그래픽처리장치 일감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미국업체에 60% 이상의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미국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가 가능해진 TSMC의 견제를 위해서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생산능력 차이도 삼성전자가 오스틴공장 증설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TSMC는 2019년 직경 300mm 웨이퍼 기준 연간 1200만 장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생산능력을 연간 1300만 장까지 확충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삼성전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올해 생산능력은 300mm 웨이퍼 490만 장가량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인텔은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반도체를 공급해온 만큼 파운드리 협력사를 선택할 때 충분한 생산능력을 보유한 쪽을 고를 공산이 크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인텔이 2분기 기준 글로벌 중앙처리장치시장의 64.9%를 점유했다고 집계했다. 

TSMC가 미국 공장 및 충분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인텔과 거래를 틀게 되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50%를 넘어가지만 삼성전자는 20%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스틴공장 증설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에 앞서 인텔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7나노급 공정의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부진을 인정하고 외부 위탁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의 7나노급 반도체 출시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는 “향후 미래 공정 로드맵에 지속해서 투자하겠다”면서도 “고객에게 가장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공정이든 외부 공정이든 실용적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인텔은 어느 기업과 협력할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찍고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기업 가운데 두 기업만이 7나노급 이하 공정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반도체 공정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오스틴공장에 관해서는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