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악재가 위기로 커지는 일이 잦을까?

11일 남양유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남양유업이 경쟁회사를 상대로 악성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동안 조용했던 남양유업 불매운동 바람이 다시 거세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악재가 불매운동 위기로 커지는 일이 왜 잦을까

▲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


남양유업은 경쟁기업을 두고 악성 댓글작업을 조직적으로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7일 이와 관련해 기업 홈페이지에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며 "이 건에 대해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을 홍보 담당자의 자의적 일탈로 치부한데다가 담당자가 경쟁사를 비방한 내용 일부를 사과문에 그대로 언급한 점을 들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불매운동이 재점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에도 대리점에 재고 밀어내기 등 갑횡포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문제를 더 키웠는데 이 때도 위기대응 프로세스가 부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막말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회사 이미지가 추락했다.

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밀어내기' 갑횡포도 함께 포착됐고 여직원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해 강제 퇴직시켰다는 의혹으로 당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은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관계부서들의 대응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양유업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홍보실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이 우선 문제로 꼽힌다.

남양유업 홍보실장들은 채 1년을 넘지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남양유업 홍보실은 2017년 7월과 2018년 4월에 홍보실장이 교체됐다. 2019년에는 홍보본부가 전면 물갈이됐고 예산과 인력까지 감축되면서 매뉴얼을 수립하기는커녕 당장의 위기상황을 수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남양유업 관계자는 “과거 갑질사태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힘써온 노력이 한번의 위기관리 대응 미숙으로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참담하다”면서도 “갑질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2019년 이광범 대표 취임 이후 기업 이미지를 '갑질'에서 '상생'으로 바꾸기 위해 이익공유제와 같은 과감한 제도를 도입해 대리점 대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의 위기 대응력 부족을 기업문화에서 찾는 시선도 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남양유업의 기업문화가 소비자 및 대리점과의 소통 등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사태 당시에도 피해 대리점주들은 군대식 상명하복 회사 분위기와 강압적 기업문화를 남양유업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은 바 있다.

또한 남양유업은 총수일가와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임원 수가 5명인데 이 숫자는 매출 1조 원, 직원 수 2500명을 넘는 대기업의 규모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점 등도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주요 소비자층인 유제품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다만 “여성 임원비율의 경우 기계적으로 비율을 맞추기보다는 여성근무환경을 끌어올려 여성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은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제도, 배우자 출산 휴가 등 정부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최대 6개월까지 무급 휴직이 가능한 임신기 휴직제도와 같은 복지제도도 마련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2012년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의 분유 및 유제품 기업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을 냈는데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인 2013년에는 1년 전보다 매출이 11% 감소하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불매운동이 벌어진 2014년에는 적자규모가 260억 원으로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