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재 SKC 대표이사 사장이 SKC의 주력사업을 화학에서 소재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탈정’이라는 이름의 사업구조 혁신계획이다. 중국 고전 장자의 우물 안 개구리 일화에서 비롯한 말로 기존에 안주하던 곳을 벗어나 넓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이완재, SKC 화학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소재로 변신 성공적

▲ 이완재 SKC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은 탈정의 1단계로 모빌리티 관련 소재사업의 육성에 집중했다. 이제 반도체 소재사업으로 폭을 넓히는 2단계 탈정을 준비하고 있다.

27일 SKC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안에 블랭크마스크 양산에 들어간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데 쓰는 포토마스크의 소재로 반도체 제조공정의 필수 소재다.

SKC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블랭크마스크시장은 2018년 8천억 원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25년 1조3천억 원까지 커지는 성장시장이다.

SKC는 필름사업으로 다진 박막 제조기술과 진공증착 기술을 블랭크마스크 제조에 활용하며 앞서 3월 고객사 인증용 시제품의 생산을 시작했다.

고객사 인증을 거쳐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시작한 뒤 천안의 블랭크마스크 생산공장을 반도체소재 집적단지(클러스터)로 확대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블랭크마스크시장 진출은 SKC가 반도체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2단계 탈정이다.

이 사장은 SKC의 사업 무게추를 화학에서 고부가 소재사업으로 옮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사업구조 혁신을 탈정이라고 일컬으며 화학의 우물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SKC는 자회사 SKC솔믹스를 통해 반도체 세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서 4월 중국 우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안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단계 탈정의 일환이다.

이 사장의 SKC 탈정 1단계는 모빌리티 관련 소재사업의 육성이었으며 이미 사업구조가 충분히 구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지난해 6월 2차전지용 동박 생산회사인 KCFT 지분 전량을 1조2천억 원에 인수한 뒤 2021년 3분기까지 정읍 공장의 1만 톤 증설을 결정했다.

SKC는 KCFT의 회사이름을 'SK넥실리스'로 바꾸고 현재 SKC의 해외공장 부지를 활용한 해외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동박시장이 2018년 1조5천억 원 규모에서 2025년 14조3천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SKC가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로 대다수 증권사들은 SKC 주식에 화학회사의 주가 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 아닌 배터리 소재회사의 주가 순자산비율을 대입해 목표주가를 산정하고 있다.

이 사장은 SKC가 기존에 진행하던 필름사업에서도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은 접는(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핵심소재로 최근에는 자동차 디스플레이용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SKC는 2019년 10월 850억 원을 투자한 충북 진천의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같은 해 12월 중순부터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SKC의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이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하드코팅(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코팅하는 과정)을 담당하도록 해 생산과정을 계열화했다.

SKC는 그동안 산화프로필렌(PO, 프로필렌옥사이드)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화학사업에 기대왔다. 연 생산량은 30만 톤이며 2018년까지는 국내에서 독점 생산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런데 에쓰오일이 화학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2019년부터 산화프로필렌을 연 30만 톤 생산하게 됐다. 산화프로필렌의 국내 수요가 연 50만 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C의 주력시장이 공급과잉 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에쓰오일의 화학 강화는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전략이다. SKC가 정면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

이 사장이 SKC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학이 아닌 소재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보다는 성장 전망이 밝은 시장에서 새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SKC의 사업구조 혁신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C의 화학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 절반을 쿠웨이트 화학사 PIC에 매각했다. 이제 SKC는 PIC와 합작사 ‘SK picglobal’로 화학사업을 진행한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작해 만든 필름회사 SKC코오롱PI의 지분도 사모펀드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모두 매각했다.

이 사장은 앞서 3일 열린 SKC 정기 주주총회에서 “1단계 사업모델 혁신은 긍정적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그동안 확보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지속성장 전략을 수립해 2단계 사업모델 혁신을 가속화하고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 사장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SKC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기준으로 2020년 2342억 원에서 2021년 3162억 원, 2022년 3839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