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소화할 것으로 점쳐지던 두 회사를 놓고 외부 매각을 결정함으로써 '금융 계열사 없는' 새로운 롯데그룹에 관한 구상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새 롯데 지주사체제'는 삼성 돌아보고 LG의 길을 선택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외부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롯데지주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금융 계열사 문제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신 회장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유통과 시너지를 만드는 금융 계열사를 아까워 하지 않고 과감하게 잘라내는 용단을 내리면서 이번 포석이 그룹의 선택과 집중을 창출할 '신의 한수'가 될지 앞으로 롯데그룹의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신 회장은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뉴 롯데 구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신 회장은 금융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통과 화학 '투 톱' 체제로 롯데그룹을 이끌겠다는 비전도 드러낸 셈이 됐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호텔롯데,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이 새로운 롯데를 이끌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는 LG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며 화학, 전자 등 현재의 사업구조로 집중한 시점을 떠올리게 한다. 

LG그룹은 2003년 LG화재해상보험, LG투자증권, LG카드, LG종합금융 등을 모두 계열분리와 매각 등을 통해 그룹 밖으로 내보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롯데쇼핑 등 유통업과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신 회장이 호텔롯데로 내부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호텔롯데로 몰아두면 그 상태에서 호텔롯데를 롯데지주로 편입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의 지분 93.8%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롯데손해보험의 1, 2대주주는 호텔롯데(23.7%)와 부산롯데호텔(21.7%)이다.

신 회장이 롯데카드를 호텔롯데로 매각하고 호텔롯데의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유지한다면 호텔롯데의 롯데지주 편입 과정에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 지주회사는 손자회사로도 금융 계열사를 둘 수 없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지주사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꿔 롯데지주의 금융 계열사 지분을 늦어도 2019년 10월까지는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이전에 금융회사를 두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주회사 전환 또는 설립 2년 안에 금융 관련 회사 지분을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신 회장은 금융 계열사 정리를 마무리하고 호텔롯데 상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호텔롯데를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고는 지배구조 개편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의 대부분을 들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며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좋은 수단인 데다 신 회장은 형제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 뒤 호텔롯데의 상장을 약속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남은 금융 계열사 가운데 덩치가 큰 롯데캐피탈도 매각하며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일본 주주가 많은 데다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번 매각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결국 신 회장이 금융 계열사를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캐피탈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