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탄소 잠김' 됐다, IMF "기후 시나리오에 불안정한 현실 반영해야"

▲ 미국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각국 금융기관에서 기후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에 그동안 달라진 경제 현황과 에너지 시장 여건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왔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각국 중앙은행이나 금융감독기구가 리스크 분석에 사용하는 기후 시나리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위기 이후 불안정해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회복을 우선시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원유 수급 불안을 높여 많은 국가들이 화석연료 수입원을 앞다퉈 확보하게 함으로써 ‘탄소 잠김’ 상태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탄소 잠김'이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이 스스로 관성을 가지고 영속하는 상태로, 이 상태가 되면 공공과 민간 부문이 대체에너지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억제되기 시작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이어 “현재 금융기관들에서 사용하는 분석 시나리오들은 이러한 변수를 어느 정도는 고려하고는 있지만 이에 따른 장기적 영향력은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시기와 비교해 높아진 조달비용과 공급망 문제 역시 재생에너지 기술 확산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한 각국 공공 부문 부채가 늘면서 정부 주도의 저탄소 프로젝트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국제통화기금의 분석이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 이번 달에 발표한 시나리오와도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녹색금융협의체는 중앙은행 및 금융 감독기구들이 기후변화·환경 리스크 대응과 녹색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7년 설립한 논의체다. 

녹색금융협의체는 현행 정책들을 유지한 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9도 오르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가뭄, 폭염, 홍수, 태풍 등으로 산업 생산량이 8%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현재 사용되는 분석 시나리오는 저탄소 전환과 관련해 늘어나는 과제들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돼야 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여파도 고려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후리스크 평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드백 루프’와 '기후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짐에 따라 가속화되는 기후재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후 티핑 포인트는 기후가 급격한 변화를 거쳐 새로운 기후로 완전히 바뀌는 급변점, 즉 갑자기 기후가 뒤집히는 임계점을 가리킨다. 

또 피드백 루프란 결과가 원인에 반복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과를 강화하거나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후재난이 일어나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피드백 루프'의 한 사례로 거론됐다. 에너지 사용 증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기후재난을 야기했는데 결과적으로 기후재난이 에너지 사용을 늘리게 만든다는 뜻이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