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회장이 국정감사 기간 나란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세계 주요 금융업계 인사들을 만난다.

4대 금융지주 모두 하반기 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회장들의 이번 기업설명회(IR) 활동으로 외국인 지분율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윤종규 진옥동 함영주 임종룡 모로코로,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회복될까

▲ 4대 금융지주 회장이 15일까지 모로코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해 IR 활동에 나선다. 사진은 (왼쪽부터) 윤종규 회장, 함영주 회장, 임종룡 회장, 진옥동 회장이 8월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은 15일까지 모로코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해 IR 활동에 힘을 싣는다.

IMF‧WB 연차총회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전 세계 경제‧금융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 금융회사 CEO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들도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글로벌 금융행사다.

함영주 회장은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난 뒤 모로코로 합류하고 윤종규, 진옥동, 임종룡 회장은 행사 참석을 위해 전날 모로코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장들은 행사를 마친 뒤에도 귀국길 유럽, 중동 등을 들러 현지 투자자들을 만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IMF‧WB 연차총회는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만큼 글로벌 큰손들과 기업설명회 일정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아 IR 전쟁터로도 여겨진다”며 “이번 연차총회 역시 행사 막판까지 세계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로 일정을 잡고 조율하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번 IR 활동은 4대 금융지주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말(2022년 12월29일)과 전날(10월11일)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을 비교해보면 KB금융은 0.19%포인트, 하나금융은 1.71%포인트, 신한금융은 2.51%포인트, 우리금융은 3.4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는 전반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KB 70%, 하나 60%, 신한 50%, 우리 30%대) 주가 부양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투자자금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외국 자본이 필요하고 주가 방어를 위해서도 기존의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 10월에도 IMF‧WB 연차총회에 모두 참석했는데 당시는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보다 모두 높았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또한 총회 이후에도 외국인 지분율 상승세는 대체로 올해 2월까지 이어졌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세계 9대 투자은행(IB)인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가 무너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3분기 들어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각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저점 대비 하나금융은 1.56%포인트, KB금융은 1.48%포인트, 신한금융은 1.08%포인트, 우리금융은 0.8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배당 안정성 등을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 약속 등이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월 영국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은 배당과 주주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며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투자 편의성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이번 IMF‧WB 연차총회 방문의 가시적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 기간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하면서 일각에서 국감증인 채택을 피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차총회 이후 4분기 외국인 지분율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 같은 비판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셈이다.
 
윤종규 진옥동 함영주 임종룡 모로코로,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회복될까

▲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들어 다시 4대 금융지주 지분을 순매도하고 있다.


다만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들어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는 9월 KB금융 40억 원, 신한금융 201억 원, 하나금융 609억 원, 우리금융 677억 원 등 4대 금융지주 지분을 모두 1527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10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10월 들어 전날까지 5거래일 동안 KB금융 143억 원, 신한금융 59억 원, 우리금융 3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나금융 지분을 54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전체 순매도 규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월 4대 금융지주 전체 순매도 규모는 1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기간 미국 국채금리가 뛰고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이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 4대 금융지주를 향한 보수적 투자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일 수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리포트에서 “금리 상승은 건전성 악화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4대 금융지주는 현재 마진 개선 기대보다 신용 위험 확대 우려가 큰 시기”라며 “4대 금융지주를 향한 보수적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