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9-19 15: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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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자는 KB금융 내에서 재무전문가로 손꼽힌다. KB금융에서 재무전문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다음 회장 최종 후보자에 오르면서 KB금융지주에 재무라인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후보자의 뒤를 잇는 KB금융지주 재무라인으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서영호 KB금융지주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등이 꼽힌다.
19일 KB금융에 따르면 양종희 후보자는 KB금융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문가로 평가된다. 양 후보자가 KB금융지주 사업보고서상 ‘CFO’라는 직함으로 소개된 적은 없다. 하지만 2015년 말 인사에서 KB손해보험 대표로 이동하기 전까지 그룹 전체의 재무업무를 오랜 기간 맡았다.
윤종규 회장이 지주 CFO를 지내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지주 경영관리부장을 맡아 윤 회장과 호흡을 맞췄고 윤 회장이 회장에 오른 2014년에는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었다.
이후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단 번에 승진하며 2015년에는 지주에서 재무기획부, IR부, HR부를 총괄했다.
KB금융 역시 회장 최종 후보자 선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양 후보를 '그룹 내 대표적 전략 및 재무통'이라고 소개했다.
윤종규 회장 역시 그룹 안팎에서 재무전문가로 통한다. 기본적으로 숫자에 밝은 회계사 출신일 뿐 아니라 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KB금융에서도 대부분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00년대 초반 국민은행 시절 재무전략본부 부행장을 지냈고 2010년 다시 KB금융에 합류해서도 2013년까지 지주 CFO 부사장으로 일했다.
윤종규 회장에 이어 양종희 후보자까지 또 다시 지주 재무총괄 임원 출신이 회장에 오르면서 이후 재무라인 인사에 자연스레 시선이 몰린다.
양 후보자 이후 지주 재무총괄업무를 담당한 임원은 모두 5명인데 이 가운데 2016년 지주 재무기획부를 이끌었던 허정수 전 KB생명 대표를 제외한 4명이 여전히 KB금융 안에서 현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 4명은 현재 KB금융그룹에서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지주 재무총괄(CFO) 직무대행 및 재무기획 담당으로 일했던 이재근 당시 상무는 1년 만인 2018년 1월 다시 KB국민은행으로 옮겨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고 2022년 1월 KB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는 윤종규시대 최장수 CFO로 꼽힌다. 김기환 대표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3년 동안 지주 CFO를 맡아 KB금융 살림을 책임졌다.
CFO를 지내던 2018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CFO 시절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3월 양 부회장의 뒤를 이어 KB손해보험 대표에 올랐다.
2021년 1월부터 지주 CFO를 맡은 이환주 당시 부사장은 그해 말 인사에서 KB생명보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은 KB생명보험이 푸르덴셜생명과 통합 출범을 준비하던 때로 이환주 대표는 통합 작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뒤 올해 초 통합 출범한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에 올랐다.
KB금융에는 자본 규모 1조 원이 넘는 주요 계열사가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KB캐피탈 등 6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3곳을 지주 CFO 출신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KB금융지주 CFO는 KB증권 출신인 서영호 부사장이 맡고 있다. 서 부사장은 증권사 연구원 출신으로 2022년 1월 지주 CFO에 올랐다. KB금융에서 비은행 계열사 출신 인사가 지주 CFO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서 부사장은 신영증권, 대우증권, JP모건증권 등을 거친 외부인사로 2017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KB금융에 합류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지주 CFO를 꿰찼다.
지주 CFO 이후 행보와 현직 CFO의 출신 변화를 보면 윤종규 회장의 비은행사업 강화 의지를 알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근 행장 이후 지주 CFO 출신이 보험계열사 대표로 이동했고 증권사 출신 서영호 부사장이 현재 지주 CFO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양종희 후보자가 비은행사업 강화 과제를 안고 회장에 선임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주 CFO는 특정부서 사업이나 계열사 현안이 아닌 금융그룹 전반의 사업 현황을 두루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KB금융이 윤종규 회장시대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대형 금융사를 연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점도 CFO 역할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FO는 재무제표를 다루는 만큼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 회사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도 맡았다.
지주 CFO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KB금융은 지주 CFO와 CSO(최고전략책임자)에게 주요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역할을 주고 있는데 현재 서영호 부사장은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김세민 CSO 전무는 KB증권과 KB라이프생명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지주 CFO는 일단 매분기 진행하는 실적발표의 주체로 IR 행사를 준비하며 그룹사업 전반을 파악한다”며 “임원이라도 특정부서를 맡게 되면 그 부서업무에만 빠질 수 있는데 지주 CFO는 그룹업무 전반을 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