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아프면 주인도 아프다, 손보사 견주·집사 겨냥 펫보험 봇물

▲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개,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한 펫보험 상품을 재정비하거나 신규 상품을 출시할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펫보험 종류가 많아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될지 모르겠네요, 요즘 어느 보험회사 거를 많이 드나요?”

곱슬거리는 귀여운 털이 매력적인 ‘말티푸’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한 반려인이 애완동물 동호회에 펫보험 가입을 두고 고민하다 남긴 말이다.

국내 전체 가구 가운데 약 15%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손해보험사들도 반려동물보험시장을 새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개,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한 펫보험 상품을 재정비하거나 신규 상품을 출시할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3일 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비를 보장하는 반려동물보장 특약을 내놓으며 펫보험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특약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용보험 상품은 아니고 각종 비용손해를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장기인보험에 부가하는 형태로 출시된 상품이다.

기존 손해보험사들은 수술비를 최대 250만 원까지 보장하고 있지만 한화손해보험은 50만 원을 늘려 최대 300만 원까지 수술비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펫보험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자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전용보험 상품을 3월 말에 내놨다.

주계약에서 비뇨기질환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해 반려인이 기존 펫보험에서 따로 특약을 가입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했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사들 가운데 펫보험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회사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메타버스 커뮤니티인 ‘O모O모(오모오모)’ 서비스를 내놓았고 ‘위풍댕댕’이라는 개를 위한 전용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삼성화재는 반려인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다 발생할 수 있는 상해위험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상해수술비와 상해입원일당, 골절진단비 등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위풍댕댕을 설계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반려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구강질환과 피부질환 보장을 강화한 펫보험인 ‘건강한 펫케어보험’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대해상은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반려동물을 다치게 하는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손해보험사 중 펫보험시장 점유율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펫보험 상품을 재정비해 다시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메리츠화재는 2018년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던 펫보험인 ‘펫퍼민트’의 의료비 보장비율을 기존 70%에서 80%까지 확대하고 가입연령도 기존 만 8세에서 만 10세까지로 늘렸다.

메리츠화재 펫보험의 특징은 고객이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도 제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전국의 60% 가량의 동물병원이 사용하는 진료차트 시스템 업체를 제휴를 맺고 있어 고객이 이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도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펫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장기보험 형태로 상품을 내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호응을 받도록 보장이라든지 고객의 요구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이처럼 반려동물보험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2월 발표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해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펫보험 가입률은 낮은 상황으로 분석됐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국내 2304만 가구 가운데 638만 가구로 집계됐다. 2015년과 비교해 39.6% 증가했다.

반면 펫보험 가입률은 1%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0.03% 수준이었던 펫보험 가입률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2022년 10월 기준 0.8%에 불과하다. 이는 스웨덴(40%), 영국(25%), 미국(2.5%)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고령화와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으로 양육가구의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증가해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021년 동물병원 이용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의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2.9%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다만 손해보험사들의 펫보험 경쟁이 치열해지고는 있지만 반려인들은 펫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료를 내더라도 보장이 안 되는 질병을 앓을 수 있고 보험료로는 비싼 동물병원 치료비를 모두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펫보험을 가입하기 보다는 고액의 치료비를 위해 적금을 붓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보험회사들은 보장범위, 보험료 등을 다양화하여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보장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승리 기자